임영록·이건호 모두 경징계···KB, 징계리스크 털고 재도약 발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4.08.2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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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경징계 결정] KB금융그룹 안도

사진 왼쪽부터 임영록 KB금융 회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사진 왼쪽부터 임영록 KB금융 회장, 이건호 KB국민은행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기사회생했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사전 통보로 사실상 '퇴진' 위기에 몰렸지만, 결국 징계 수위가 감경되면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KB금융그룹도 1·2인자의 생환에 안도하는 표정이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경징계로 최종 확정했다. 선임 1년여 만에 동반 퇴진 위기에 몰렸던 두 최고경영자(CEO)가 살아 돌아오면서, KB금융은 우려했던 최악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에선 두 CEO에 대한 중징계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 회장의 경우, 주요 징계 사유였던 고객정보 유출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논란 모두 단순 '관리' 책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행장 역시 징계 사유였던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과 도쿄지점 불법 대출 당시 리스크관리 부행장으로서 직접적으로 책임질 위치가 아니고, 주 전산기 교체 논란은 문제점을 먼저 발견해 보고한 탓에 '감경'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KB금융 한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도 각오했었지만 제재심의위가 연거푸 연기되고 두 CEO가 적극 소명에 나서면서 내심 감경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며 "오랜 기간 KB의 발목을 잡아왔던 징계 사태가 일단락 된 만큼, 조직을 추스려야할 때"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최근 징계 사태와 함께 외부로 표출된 경영진 '갈등설'은 봉합하지 않고선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악재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측은 서로 "내분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 대립과 불신의 싹이 자라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지주와 은행이 손잡고 주위의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켜야 한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지주사 직원들이 어차피 은행과 카드사를 비롯한 각 계열사에서 함께 몸 담았던 동료들인데, 이번 사태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면서 그저 각자의 CEO를 보필했을 뿐인 직원들끼리도 적지 않은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까지 모래알이 된 건 더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22~23일 열리는 KB금융그룹들의 '템플스테이' 행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1박 2일 일정으로 수도권 인근 한 사찰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비롯해 그룹사 대다수 임원들이 참여한다.

예불·참선·다도 등 사찰의 수행 프로그램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정인 만큼, KB금융 임원들이 자신과 조직을 돌아보는 차분히 돌아보고 화합하자는 의미로 마련됐다. KB금융 한 관계자는"통합과 치유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전 임원이 단합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간의 반목도 해소해야 할 대목이다. 주 전산기 교체 논란 과정에서 이 행장은 유닉스로의 교체 결정 재고를 주장하고, 김중웅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은 반대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선 KB금융과의 갈등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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