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류현진 부상 원인 혹시 ‘이것’ 아닐까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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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의 류현진./ 사진=OSEN덕아웃의 류현진./ 사진=OSEN


2002년4월5일 미(美) ‘LA 타임즈’지는 ‘나쁜 햄스트링 부상이 박(찬호)을 부상자 명단에 오르게 했다(Bad Hamstring Puts Park on Disabled List)’고 보도했다. 오른 다리에 햄스트링이 왔는데 박찬호 본인은 물론 5년간 6500만 달러를 투자한 텍사스 구단에도 충격적인 부상이었다.

글쓴이는 당시 박찬호를 동행 취재했는데 걱정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 안타까움이 더했다. 왜냐하면 박찬호의 햄스트링은 이미 조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 기간 중이던 3월27일 미네소타전 때 처음으로 햄스트링이 생겼다. 그 상태에서 4월1일 정규시즌 오클랜드와의 원정 개막전 선발 등판을 강행함으로써 악화시켰고 결과는 최악이 됐다.



텍사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박찬호는 책임감 때문에 부상에서 100%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4월1일 추운 날, 네트웍 어소시에이츠 콜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전에 나서 마크 멀더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2회 에릭 샤베스, 3회 데이비드 저스티스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5이닝 9피안타 6실점 탈삼진 5개로 패전투수가 됐다. 박찬호는 이후 햄스트링이 악화되자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4월5일, 15일 부상자 명단(DL)에 올랐고 이후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렸다. 다만 박찬호의 경우는 통증의 이유가 확실했다. 햄스트링, 허리 등 투수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상이었다.

그런데 현재 DL에 올라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은 차이가 있다. 부상 부위부터 생소하다. 류현진은 14일 애틀랜타전에 선발 등판해 6회 B.J. 업튼을 상대하다가 갑자기 투구를 중단하고 덕아웃쪽으로 손을 빠르게 흔들어 트레이너를 불러내 상태를 점검한 뒤 강판했다. 햄스트링이 온 것이 아닌가 모두가 생각했으나 MRI 촬영을 하고 구단 주치의가 진단한 결과 오른쪽 엉덩이에 염증이 있어 생긴 통증으로 판명 났다.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투구에서 가장 중요한 어깨 팔꿈치 무릎이 아니고 장기화되거나 재발이 많은 햄스트링도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오랜 경험으로도 투수의 엉덩이 근육 통증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이후 류현진의 엉덩이 통증에 대한 분석과 설명에 예상까지 계속 이어졌다. 통증이 약해지고 있으니 15일이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한편으로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최소 6주 정도로 장기화될 것으로 본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현진의 회복 전망에 대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엉덩이 통증’이라는 생소한 부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원인 불명’인 것도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저스 구단 주치의, 돈 매팅리 감독, 스탠 콘티 트레이너, 그리고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도 어떤 이유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박찬호의 햄스트링은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등판을 했다가 악화된 것이고 현재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 텍사스의 다르빗슈는 팔꿈치 통증인데 모두 공을 던지는 투수의 팔에 나타나는 부상이다.

그래서 류현진의 ‘오른쪽 엉덩이에 생긴 염좌로 인한 통증’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더 궁금해진다. 15일 휴식 후 복귀하면 일회성의 가벼운 이상으로 그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 본인도 그 원인을 모르는 상태이다.

글쓴이는 억지 주장이 될 수도 있으나 통증이 ‘류현진이 시즌 중반에 새로 구사하기 시작한 시속 145km대의 고속(高速) 슬라이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올시즌 류현진의 등판과 투구 내용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지난해와 다른 차이가 투구 측면에서는 새로운 슬라이더 그립을 사용해 일명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없다. 이 공을 놓고 일각에서는 ‘커터’라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류현진 본인이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7월1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6이닝 무실점, 탈삼진 10개를 기록하며 10승을 거두었을 때 던진 구질은 커터가 아니라 동료 투수인 커쇼와 그레인키의 슬라이더를 그립을 배워 구사한 새로운 슬라이더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전에는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는 빠른 슬라이더라고 밝히며 자신의 기존 슬라이더 그립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류현진이 새롭게 구사한 슬라이더에 대해 ESPN 해설가 존 크룩은 ‘매우 강하고 지저분하다( pretty hard and nasty)’고 그 위력에 주목했다.

물론 류현진에게 갑자기 부상이 온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나가는 LA 다저스의 주축 투수로서 책임감에서 오는 경기에서의 긴장감, 2년 차에 더 좋은 성적과 몸 상태, 그리고 고속 슬라이더까지 더한 압도적 구위(球威) 등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인한 ‘무리(overwork)’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하면서 미세하게나마 달라진 투구 메카니즘(mechanism)의 변화가 하체의 엉덩이 부위 근육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답답하게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복귀 시기도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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