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의 류현진./ 사진=OSEN
글쓴이는 당시 박찬호를 동행 취재했는데 걱정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 안타까움이 더했다. 왜냐하면 박찬호의 햄스트링은 이미 조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 기간 중이던 3월27일 미네소타전 때 처음으로 햄스트링이 생겼다. 그 상태에서 4월1일 정규시즌 오클랜드와의 원정 개막전 선발 등판을 강행함으로써 악화시켰고 결과는 최악이 됐다.
그런데 현재 DL에 올라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은 차이가 있다. 부상 부위부터 생소하다. 류현진은 14일 애틀랜타전에 선발 등판해 6회 B.J. 업튼을 상대하다가 갑자기 투구를 중단하고 덕아웃쪽으로 손을 빠르게 흔들어 트레이너를 불러내 상태를 점검한 뒤 강판했다. 햄스트링이 온 것이 아닌가 모두가 생각했으나 MRI 촬영을 하고 구단 주치의가 진단한 결과 오른쪽 엉덩이에 염증이 있어 생긴 통증으로 판명 났다.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투구에서 가장 중요한 어깨 팔꿈치 무릎이 아니고 장기화되거나 재발이 많은 햄스트링도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오랜 경험으로도 투수의 엉덩이 근육 통증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류현진의 ‘오른쪽 엉덩이에 생긴 염좌로 인한 통증’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더 궁금해진다. 15일 휴식 후 복귀하면 일회성의 가벼운 이상으로 그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 본인도 그 원인을 모르는 상태이다.
글쓴이는 억지 주장이 될 수도 있으나 통증이 ‘류현진이 시즌 중반에 새로 구사하기 시작한 시속 145km대의 고속(高速) 슬라이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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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류현진의 등판과 투구 내용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지난해와 다른 차이가 투구 측면에서는 새로운 슬라이더 그립을 사용해 일명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없다. 이 공을 놓고 일각에서는 ‘커터’라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류현진 본인이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7월1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6이닝 무실점, 탈삼진 10개를 기록하며 10승을 거두었을 때 던진 구질은 커터가 아니라 동료 투수인 커쇼와 그레인키의 슬라이더를 그립을 배워 구사한 새로운 슬라이더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전에는 한 번도 던진 적이 없는 빠른 슬라이더라고 밝히며 자신의 기존 슬라이더 그립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류현진이 새롭게 구사한 슬라이더에 대해 ESPN 해설가 존 크룩은 ‘매우 강하고 지저분하다( pretty hard and nasty)’고 그 위력에 주목했다.
물론 류현진에게 갑자기 부상이 온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나가는 LA 다저스의 주축 투수로서 책임감에서 오는 경기에서의 긴장감, 2년 차에 더 좋은 성적과 몸 상태, 그리고 고속 슬라이더까지 더한 압도적 구위(球威) 등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인한 ‘무리(overwork)’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하면서 미세하게나마 달라진 투구 메카니즘(mechanism)의 변화가 하체의 엉덩이 부위 근육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답답하게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복귀 시기도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