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그게 뭔데"… 남아공 실제로 가보니

머니투데이 요하네스버그(남아공)=이동우 기자 2014.08.22 08:33
글자크기

교민 "한국, 지나친 경계…이미지 나빠질까 걱정"

18일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 올리버 레지널드 탬보(Oliver Reginald Tambo)의 모습.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특별한 입국 절차는 찾아 볼 수 없었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18일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 올리버 레지널드 탬보(Oliver Reginald Tambo)의 모습.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특별한 입국 절차는 찾아 볼 수 없었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지난 18일 오후 5시(현지 시간) 16시간을 날아 비행기가 지구 반대편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국제공항 올리버 레지널드 탬보(Oliver Reginald Tambo)에 착륙하자 묘한 긴장감이 들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아프리카에 왔다는 생각에 절로 몸이 움츠러 들었다. 입국 심사대에 있는 체열 감지기는 긴장감을 배가 시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간단한 세관직원의 질문 외에 입국을 위한 다른 절차는 없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려와 달리 에볼라로 인한 긴장감은 공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에볼라? 나는 잘 모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볼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공항에서 만난 미국인 여행객 브릴랜드씨(35)는 "에볼라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고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서만 옮겨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아공에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안전할 것으로 생각해 여행왔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유명 호텔체인인 사우던 선(Souther Sun)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부시씨(26) 역시 에볼라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그는 "에볼라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에볼라가 발생한 나라들은 남아공에서 멀고, 공항에서부터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남아공은 안전하다"고 전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유니스씨(33)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아프리카 각지의 사람들이 남아공으로 모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심각하게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미디어에서도 에볼라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오히려 한국에서 온 기자가 에볼라에 관심을 갖는 것을 신기해했다.

실제로 한국에서의 에볼라에 대한 관심은 아프리카 현지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 4일 덕성여대에서 열린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는 에볼라가 발생한 국가의 학생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반대 운동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었다. 결국 주최측은 나이지리아 여학생 3명의 대회 참가를 취소시켰다. 미디어에서도 연일 사망자 숫자를 중심으로 에볼라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아프리카 교민들은 이 같은 국내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사업차 2년 전부터 남아공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유씨(51)는 "아프리카 현지에서도 한국처럼 에볼라에 대한 우려가 심하지 않다"며 "남아공 방송에서 조차 에볼라에 대한 보도는 2~3일에 한 번 정도 나오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씨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맹목적인 적개심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 시장 인근. 에볼라를 우려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지난 17일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 시장 인근. 에볼라를 우려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심지어 남아공 옆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볼라를 알지 못했다. 지난 17일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만난 운수업을 하는 마르셀씨(57)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무엇이냐"며 "주변 사람들에서 에볼라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뚜부씨(42) 역시 에볼라에 대해 알지 못했다. 에볼라에 대한 설명을 들은 그는 "마다가스카르는 에볼라가 발생한 나라에서 비행기로 8시간 이상 떨어져 있다"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한편 귀국길에서는 에볼라에 대한 경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일 도착한 인천 국제공항 입국장에서는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등 에볼라가 발생국 여행객에 대해 특별 검역을 실시한다는 안내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아공이나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에 대해서는 간단한 체열 감지 외 특별한 검역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2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총 1350명에 이른다.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동안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서 감염된 106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