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현정 디자이너
첫 가제는 '나는 창업자다'였는데 그 이름이 다소 밋밋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첫 회 촬영 후 제작진이 모여 상의한 후 결정한 이름이 바로 현재의 이름이다. 그 이름으로 매주 1회씩, 현재까지 124회를 방송한 것을 보면 이름이 주는 강렬함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쫄지말고' 시리즈에 맛을 들였던 것일까? 쫄투를 진행하며 만난 100여명이 넘는 창업자들, 그리고 그들과 나눈 얘기들, 거기에 창업스쿨을 진행하며 느낀 점들을 엮어 글로 연재를 하고 싶었다. 당연히 슬슬 나의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던 '쫄지말고' 키워드를 엮어 연재 제목을 잡아야만 했다. 그렇게 인터넷 언론매체 플래텀에 2013년 2월부터 시작된 연재(총 40회)가 바로 '이희우의 쫄지마! 인생' 이다. 이것을 엮어 지난 달 낸 책이 '쫄지말고 창업(이콘출판)'이다. 이쯤되면 '쫄지말고' 라는 말은 나와 동일시 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나의 브랜드다.
스타트업도 자신이 하는 비즈니스의 키워드를 잘 세워 지속적으로 그것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 키워드가 브랜드가 되어 키워드 검색으로 서비스가 자연스레 노출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일명 얻어 걸리는 검색유입이 많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게 돈 안드는 홍보이고 마케팅이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는 '배달' 키워드를 장악하고 있다. 거기에 빡빡 민 머리와 뿔테 안경은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요즘 나도 살짝 그의 스타일대로 하고 다니다 "김봉진 대표 아니냐?"는 기분좋은 착각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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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류 게임하면 애니팡의 선데이토즈가 떠오른다. 애니팡으로 팡류게임의 선두주자가 되어 그 키워드를 장악하다 보니 '애니팡 사천성', '애니팡2'도 나오는 것이다. 또 저절로 들어오는 검색유입이 많아 지고 홍보·마케팅도 편해진다. 이것이 바로 브랜딩이다.
스타트업은 연약하다. 돈도 인력도 그리고 주위의 지원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돈 안드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하는 서비스에서 키워드를 정확하게 뽑아서 키워드를 자신의 것으로 선점하는 전략이다. 내가 '쫄지말고' 라는 키워드를 장악하기 위해(사실 처음엔 '쫄지말고'는 김어준의 나꼼수에서 더 많이 검색되었다) 지속적으로 관련 상품(창업스쿨, 연재 글, 나중엔 책까지)을 만들어 나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3년을 하니 '쫄지말고'는 남의 브랜드가 아니라 내 브랜드가 되었다. 그리고 가끔 난 '쫄지말고' 라는 키워드를 네이버, 구글 등에서 검색해 보면서 자뻑(?)에 빠지기도 한다.
한 3년 정도 하니 '쫄지말고' 키워드로 더 이상 가지치기 할 게 없다. 다 내가 장악해 버렸다. 다시 플래텀에 창업과 인생 관련 주제로 연재를 해야 하는데 그 이름짓기가 걱정됐다. 이 고민의 결과로 나온 키워드가 'Lean'(린)이다. (린이란 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존속제품(MVP)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보며 다음 단계에 돌입하는 전략이다.) 연재 제목도 '창업도 인생도 린하게, 이희우의 린 라이프'다. 린 스타트업이 뜨면서 Lean이란 단어도 섹시한 키워드가 됐다. 그래서 키워드 검색 빈도도 높다. 앞으론 내가 Lean 키워드를 장악해 가리라. '쫄지말고'로 3년 해온 것처럼 말이다.
이희우 IDG벤처스코리아 대표/사진=임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