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주민등록 수집금지…"혼선" "뒷북" 아우성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4.08.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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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통사 등 "대책없다" 우려..."이미 다 유출됐는데 뒷북" 지적도 거세

'무작정' 주민등록 수집금지…"혼선" "뒷북" 아우성


오는 7일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아직까지 마땅한 주민번호 대체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쪽에선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주민번호 제도 시행 후 50년이 지나서야 이뤄지는 수집금지 조치가 무슨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이달 7일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수집요건을 기존보다 강화해 법령에 근거가 없는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의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했다. 법령 근거 없이 기존에 수집된 주민번호는 오는 2016년 8월7일까지 모두 파기하도록 했다. 주민번호를 무단 수집하다 적발되면 1회 600만원, 3회 24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안전조치 없이 주민번호 유출시 최대 5억원 이하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현장에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주민번호 수집금지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일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의 '인터넷쇼핑몰 개인정보관리실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3만2100개 쇼핑몰 가운데 올 4월말 기준 5513개가 가입시 주민번호를 수집하고 있었다.

근거가 없는 민간사업자의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지만 최근까지도 이를 대체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기존에 수집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도 쇼핑몰 10곳 중 3곳(28.2%)이 보안서버를 두지 않아 암호화도 없이 유출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주민번호와 이름, 주소, 연락처를 이용해 진료예약을 받아오던 병원들도 아직까지 주민번호만큼 확실한 신원확인 대체수단을 찾지 못했다고 아우성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고도 문제가 전혀 없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전체 등록환자가 수백만명이고 하루 8000명 정도가 진료를 받는데 이름과 생년월일이 같은 10만여명은 신원확인이 헷갈리면 엉뚱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통신사들도 요금연체자에 대한 채권추심이나 신용조회시 주민번호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법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지만 본인확인 외 요금자동이체나 연체자 채권추심, 신용조회 등 업무에는 주민번호 사용이 제한돼 있다.

반면 학교, 병원, 약국 등이 여전히 합법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법령이 860여개(1월 기준)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도 많다. 주민번호 제도 시행 때부터 수집도 엄격히 관리했어야 하는데 뒤늦게 이를 제한하면서 그마저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용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미 수차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겪으면서 주민번호가 일종의 '공공재'처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뒤늦은 수집금지 조치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년 내 수집한 주민번호를 파기하도록 한 부분도 그 사이 무수한 유출과 유통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주민등록번호 같은 고유식별번호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 세금을 부과하고 복지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 갖고 있는 제도지만 다른 용도로 수집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수집금지는 너무 뒤늦게 마련됐고 예외를 허용한 법령이 너무 많아 7일 시행된다고 해도 크게 바뀔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예외법령의 경우 취약계층 지원, 공공요금 감면, 각종 인허가 관련, 세무, 금융실명거래, 교육, 병역 등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해당하는 부분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한번에 주민번호 수집을 전면 금지시키면 대란이 일어날 수 있어 추후 단계적인 검증을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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