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수집요건을 기존보다 강화해 법령에 근거가 없는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의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했다. 법령 근거 없이 기존에 수집된 주민번호는 오는 2016년 8월7일까지 모두 파기하도록 했다. 주민번호를 무단 수집하다 적발되면 1회 600만원, 3회 24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안전조치 없이 주민번호 유출시 최대 5억원 이하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근거가 없는 민간사업자의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지만 최근까지도 이를 대체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기존에 수집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도 쇼핑몰 10곳 중 3곳(28.2%)이 보안서버를 두지 않아 암호화도 없이 유출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동통신사들도 요금연체자에 대한 채권추심이나 신용조회시 주민번호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법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지만 본인확인 외 요금자동이체나 연체자 채권추심, 신용조회 등 업무에는 주민번호 사용이 제한돼 있다.
반면 학교, 병원, 약국 등이 여전히 합법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법령이 860여개(1월 기준)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도 많다. 주민번호 제도 시행 때부터 수집도 엄격히 관리했어야 하는데 뒤늦게 이를 제한하면서 그마저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용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미 수차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겪으면서 주민번호가 일종의 '공공재'처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뒤늦은 수집금지 조치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년 내 수집한 주민번호를 파기하도록 한 부분도 그 사이 무수한 유출과 유통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는 "주민등록번호 같은 고유식별번호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 세금을 부과하고 복지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대부분 갖고 있는 제도지만 다른 용도로 수집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수집금지는 너무 뒤늦게 마련됐고 예외를 허용한 법령이 너무 많아 7일 시행된다고 해도 크게 바뀔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예외법령의 경우 취약계층 지원, 공공요금 감면, 각종 인허가 관련, 세무, 금융실명거래, 교육, 병역 등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해당하는 부분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한번에 주민번호 수집을 전면 금지시키면 대란이 일어날 수 있어 추후 단계적인 검증을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