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코트' 논란은 지난 3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인 등 외국인들의 공인인증서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를 언급하며 촉발됐다. 중국에서도 큰 반향을 몰고 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여주인공이 입은 코트를 사고 싶은 중국인이 많지만 한국 공인인증서 결제시스템에 막혀 구매를 포기했다는 내용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해외에선 이미 구매 가능…공인인증서 폐지는 난센스=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 간편 결제 활성화 등 금융위 조치에 유통업계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박 대통령의 '천송이 코드' 언급 이전에도 외국인이 외국 카드로 결제하면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결제 환경을 가동하고 있었다. 스마트페이(롯데닷컴)와 스마일페이(옥션), 페이핀(11번가) 등을 통해 카드번호를 1번만 입력하면 다음 쇼핑 때는 카드번호 입력 과정을 생략한 간편 결제 서비스도 시행중이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심지어 논란이 된 천송이 코트는 공인인증서 사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30만원 이하 가격의 제품"이라며 "유통현장에서 외국인 고객들의 한국 온라인몰 이용을 막는 걸림돌은 공인인증서가 아닌 엑티브 X 프로그램인 만큼 정부 원인 분석은 번짓수 자체가 틀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특히 이번 공인인증서 폐지나 간편 결제 조치가 외국인 매출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았던 국내 일부 중장년층 수요를 유입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외국인 고객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은 낮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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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이 입은 '천송이 코트'/사진제공=SBS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간편 결제시스템은 카드 위·변조 같은 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등 정보보안에는 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카드사들이 간편 결제 서비스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해킹 등에 따른 책임 부담 때문이다. 유통업계도 간편 결제가 확산되면 정보 유출 시 책임 부담을 떠안는 것이 영 부담스럽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규제개혁에 신경 쓰느라 카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는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며 "공인인증서를 의무 사용해도 결제 사고가 나는 마당에 검증되지 않은 간편 결제에 어떤 업체가 먼저 뛰어들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외국인 고객들을 한국 쇼핑몰로 유인하려면 공인인증서 폐지나 간편 결제가 아니라 제품이나 가격, 시스템 속도 등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해외 배송이 가능한 상품이 극히 제한적인데다 가격까지 비싼 문제도 공인인증서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사이트 용량이 커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갖추지 못한 국가에서는 접속이 느려터진 것도 한국 쇼핑몰이 넘어야 할 과제다. 중국인 전문직 종사자 허미우(34)씨는 "한국 제품을 구매하려고 롯데닷컴 등 온라인몰에 여러 차례 접속해봤지만 사이트 초기화면이 열리는 데만 2∼3분씩 걸린다"며 "어렵게 제품을 선택해도 주문 페이지가 계속 오류가 나 구매를 수차례나 포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