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체크카드 팔기'…신용카드 업계의 하소연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4.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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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휘청거리는 신용카드④]수익성악화·경쟁과열·눈총 '3중고'

"돈이 안 되는 건 둘째 치고 잘 나가기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A카드사 관계자)

정부가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신용카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양의 '일등공신'에서 졸지에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몰려버린 신용카드의 처지도 암울하기만 하다.

◇"돈 안 돼도…" 울며 체크카드 팔기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카드 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일단 체크카드는 부가서비스가 탑재돼 있어 비용이 발생하지만 연회비가 없다. 또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도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보다 낮기 때문에 체크카드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카드사 수익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1만원 이하의 소액 결제의 경우 일부 체크카드는 역마진이 날 수도 있다.

B카드사 임원은 "카드사 입장에서 체크카드는 수익성에 부정적"이라며 "체크카드의 가맹점 수수료는 1.3~4%대로 2%인 신용카드에 비해 낮고, 할부 이자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크카드로는 현금서비스나 카드론·리볼빙(대출금 상환 유예)등 카드 대출을 할 수 없어 카드사가 부가 수입을 올리기도 힘든 구조다.

그나마 체크카드를 통해 계좌 유치 등을 할 수 있는 은행계 카드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은행과 연관성이 없는 순수 전업계 카드사는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이 강화 될수록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체크카드는 은행창구를 방문한 후 은행계좌 개설 등과 연계해 주로 발급되기 때문에 수신기능을 갖춘 은행계열에 비해 전업계 카드사들은 발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C카드사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들은 수익성은 낮더라도 체크카드를 통한 계좌 유치 등이 가능해 전략적으로 상품 출시를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전업계 카드사도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체크카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은행의 비협조 등으로 판매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은 은행계가 97.7%로 압도적이다. 전업계는 전체 체크카드 시장의 2.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 관계자는 "시장이 구조적으로 안정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은행 방카슈랑스의 '25%룰'(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규정)처럼 은행 창구에서 일정 비율만큼 전업계 체크카드 상품을 판매토록 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신용카드도 장점 많은데…" 벙어리 냉가슴

정책적인 소외감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신용카드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하소연도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고유의 장점과 혜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체크카드를 적극 권장해야 하니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라는 것이다.

D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쓰면 한 달의 신용공여 기간 동안 금융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통장에 돈이 없을 때 마이너스 통장 대출 금리보다 적은 비용으로 돈을 차입할 수 있는 셈인데 요즘은 신용카드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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