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5락·3전4기…'공무원의 모든것' 보고서 백태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2014.07.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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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실·국별로 스타일 달라… 산업부는 '개성보다 효율'

4당5락·3전4기…'공무원의 모든것' 보고서 백태


기획재정부의 보고서는 예로부터 '4락5당'이라고 불렸다. 아무리 공을 들여 작성해도 담당 실·국장이 여지없이 퇴짜를 놓는다.

고치고 또 고친 후 다섯 번째 들고 들어가야 비로소 통과돼 4락5당이다. 비슷한 뜻으로 '3전4기'라고도 했다. 한 기재부 고위 공무원은 "가까스로 통과되더라도 '잘 썼다'는 말은 들을 기대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관가에도 보고서의 형식보다는 콘텐츠를 우선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력은 그대로인데 일은 늘어나면서 더 이상 보고서를 붙잡고 씨름할 시간도 없다. 자연스럽게 4당5락, 3전4기는 옛 말이 됐다. 하지만 흔히 '공무원의 모든것'이라 표현되는 보고서를 대하는 자세는 그대로 남아 있다.



기재부는 사실상 보고서의 총본산이다. 과거 EPB(경제기획원)에서 각 경제부처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보고서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최근엔 다른 부처들의 보고서를 묶어 내놓기만 한다는 의미로 '호치키스'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현안을 압축해 보고서에 한 줄로 담는 기술은 지금도 기재부가 최고다.

그런 기재부 내에서도 실국별로 보고서의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 세제실의 경우 보고서는 항상 귀납적 방식을 따른다. 결론이 보고서 마지막에 담긴다. 사실관계를 먼저 쓰고 현안에 사실관계를 적용한 후 결론을 내는 법조문을 닮았다. 법에 근거하는 세제실 업무 특성 때문이다. 세법개정의 경우 사례와 시뮬레이션 결과까지 담는다. 부연자료가 풍성하다.



경제정책국이나 정책조정국 등 큰 명제 하에 여러 항목을 다루거나 다양한 부처의 의견을 취합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경우에는 백화점식 구성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자료에 헤드라인을 뽑는다. 중점을 두고 싶은 내용을 앞으로 보낸다. 부연설명이 필요할 경우 별도로 테두리에 박스를 치거나 밑줄로 강조한다. 한 편의 보고서 속에도 강약을 둔다는 것이다.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보고서의 본류는 EPB다. 일반적인 보고서의 경우 기재부 경제정책국과 비슷한 구조로 결론을 앞에 내 놓고 근거를 뒤로 나열한다.

공정위만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보고서는 바로 공정위 보고서의 꽃인 심사보고서다. 불공정행위 심사 결과를 대상 기업에 통보하는 수단이다. 위법사실을 드러내고 과징금 등 제재내용을 담는다. 법원 판결문에 준하는 엄정한 집행의지가 반영되는 보고서다. 법 판결문의 형태를 띠는 만큼 굳이 구조를 따지자면 기재부 세제실과 유사하다. 결론이 뒤로 간다. 문체 역시 판결문을 본따서 만연체를 쓴다. 증빙자료도 풍성하게 덧붙인다.


보고서 작성에 있어 공정위가 바이블로 여기는 것은 최근 임기만료로 퇴임한 한철수 전 사무처장이 쓴 '보고서 잘 쓰는 법'이다. 책자로 만들어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서는 실국별로 특징이 거의 희석됐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과거 원자력, 제조업 등 주관산업별로 보고서에도 개성이 엿보였으나 점차 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양식이 통일되고 이제는 부서 간 보고서 형태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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