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하면 생각이 나는 '전설의 달인'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4.07.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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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B 출신 진념·강봉균·조원동 등 유명… 산업부선 윤상직 장관

사진 왼쪽부터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조원동 전 경제수석사진 왼쪽부터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조원동 전 경제수석


공무원에게 정책보고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적게는 한, 두 장에서 많게는 수십 장에 달하는 보고서는 작성한 공무원의 능력을 오롯이 평가하는 '공식적' 잣대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수많은 공무원들이 한 줄을 썼다 지웠다 책상 앞에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잘 쓴 보고서 덕에 웃음꽃도 피었지만 그 이상으로 떨어진 눈물도 많다.



공무원의 삶과 함께하는 보고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가에 대를 이어 내려오는 '전설'도 화려하다. 이른바 '보고서의 달인'에 대한 역사다.

정책 보고서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다. 특히 중·장기 경제개발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던 옛 경제기획원(EPB)를 빼놓을 수 없다.



EBP 출신 중에서 전설은 단연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경제기획원 사무관 시절 담당 국장이 보고서만 보고 과장이 보고를 들어온 줄 알았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진 전 부총리는 '빨간펜'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후배들이 보고서를 가져오면 붉은 펜으로 빽빽이 첨삭을 해 "다시"를 외치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진 전 부총리와 함께 '달필'로 이름 높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EPB에서 가장 중요했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경제운용방향'을 도맡아 작성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은 '질'높은 보고서를 쓰기로 유명하다. 조 전 수석이 작성한 보고서는 첫 페이지만 보면 핵심을 알 수 있을 정도여서 당시 장·차관, 1급들이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강 전 장관과 호흡을 맞춰 작성한 보고서들은 지금까지도 '명품'으로 불린다.


현역 중에서는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달인'으로 불린다. 그가 2004년 작성한 신용불량자대책 보고서는 지금도 후배들이 보고서 작성 교본으로 활용할 정도다.

기획을 맡은 EPB에 비해 집행을 책임졌던 재무부는 보고서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래도 '전설'은 전해진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그 주인공. 사무관 시절부터 남다른 필력으로 신임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실물경제 컨트롤타워로써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보고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사람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

인사권자가 그의 일목요연하고 깔끔한 보고 스타일에 반해 장관으로 발탁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중요한 보고서는 단어 하나하나부터 마침표, 쉼표 같은 문장부호까지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다. 국·과장들이 몇 번을 확인하고 들어가도 꼭 하나씩 찾아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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