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결정됐다고!" 고집불통 男상사 알고보니…

머니투데이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14.07.14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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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교수의 직장남녀탐구]<10>성별이해지능 향상이 기업 핵심역량

편집자주 여자와 남자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정을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는 남녀의 차이는 능력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남녀간에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이라 한다. 과연 직장 내에는 어떠한 사각지대가 존재할까?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까? 이러한 사각지대를 모두 해결한다면 과연 우리의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성별이해지능을 갖춘 남녀가 모든 리더 자리에 그리고 사회 모든 계층에 포진되어 있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그건 결정됐다고!" 고집불통 男상사 알고보니…


"팀장님, 오늘 말씀하신 목표를 이번 달 말까지 달성한다는 것은 너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다 결정된 거니까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말라니까!"

팀원들과는 제대로 상의도 없이 과도한 목표를 부여한 팀장에게 여자 과장이 하소연 하듯 말했지만 남자 팀장은 오늘도 버럭 소리를 지르며 더 이상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남자들과 함께 업무를 하면서 가장 힘들다고 답한 애로사항은 '남자 상사들의 고집불통과 소리 지르기'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들은 남자들과는 달리 업무의 결과보다는 일을 하는 과정을 즐기며, 상호간 공동작업, 협조, 커뮤니케이션, 상호지지를 당연시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과정 중에 당면하는 도전들에 공감하고 상호협력 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헤쳐 나가는 것에 목적의식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여자들은 목표달성보다는 먼저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개선해나가면서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함께 일하는 게 무척 즐겁다", "내 노력을 알아줘서 고맙다", "당신과 함께 일하는 게 무척 즐겁다"와 같은 식으로 함께 하는 여정에 성취감을 드러내며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공유하고 관계를 다진다. 팀원으로서 여정을 완수해낸 것이 여성들의 노력에 대한 인정이고, 여성들은 그것에 대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남자들의 일에 대한 접근 방식은 여성과는 다르고 타인과 관계하는 방식도 다르다. 남자의 성향은 두 지점 사이의 최단거리를 찾아 그 거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중요도 순으로 정확하게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 것이다.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적은 자원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정확히 해내는 것이 남자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작업방식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일이 다 끝나야만 성취감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와 내 팀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만 관심을 집중시킨다. 업무 중에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보고 듣긴 하지만 그걸 무의식 중에 부차적인 것으로 걸러 내거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남자들은 자신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고 그 성과에 대해 인정받을 때, 즉 여정이 다 끝났을 때 개인적인 성취감을 느낀다. 여자들은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노력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데 반해 남자들은 과정을 견딘 후 나타나는 결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남자들은 목표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다른 삶들의 욕구와 노력에 관련된 문제에 여자들처럼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남자들은 대체로 동료의 상황, 감정, 성격적인 부분에 개입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관찰력이 없다거나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이 아니다. 주위의 것들을 여자들보다 덜 인식하고, 목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에만 집중하고, 세세한 부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남자의 천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목표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조직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끌어 올리거나 뛰어난 팀웍을 만든다든지, 훌륭한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목표를 쉽게 달성한다는 결과를 나타내는 연구는 거의 없다.

남자들의 천성적으로 타고난 목표지향적인 성향과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며 관계를 개발하고 절차들을 개선시키려는 여자들의 성향이 융합되어야만 뛰어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팀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되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직장에서 남자들 위주의 조직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기대했던 시너지보다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나 동성 간에서는 도저히 불가능 했던 드림팀은 남녀가 함께 힘을 합할 때만 비로소 만들어 질 수 있다.



조직생활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또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는 한정된 자원의 시너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에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의 향상'이 직장에서의 남녀 간 사각지대를 없애고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업의 핵심역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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