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외환은행 조기통합이 길이다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2014.07.1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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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 하나금융그룹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KEB외환은행을 인수한 가격은 3조9156억원.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가격을 5000억원 이상 깎았다며 자랑했다.

두 달 뒤 김승유 전 회장은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투기자본 론스타가 거액을 챙기고 튈 수 있게 했다는 비난여론을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굴욕에 가까운 '2·17 노사합의문'에 서명한다. 합의문의 핵심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5년간 독립법인으로 유지하고, 5년이 지난 뒤 노조와 합병을 협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우선 은행들의 수익성이 2011년을 정점으로 추락했다. 2011년 은행권은 총 11조원 이상의 순익을 냈지만 지난해엔 3조원대로 급감했다. 특히 외환은행은 2011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지방은행 수준인 3000억원대로 떨어졌다.

론스타를 압박해 5000억원 이상 싸게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던 김 전회장의 주장과 달리 론스타가 반대로 하나금융에 바가지를 씌운 꼴이 되고 말았다. 요즘 경영권이 포함된 우리은행의 매매가격이 3조원 수준에서 거론되는 점에 비춰봐도 하나금융은 너무도 비싸게 외환은행을 샀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통합 5년 뒤 합병을 논의한다는 굴욕의 노사합의가 더 큰 일이다. 은행업이 최악의 상황인데다 이런 현실이 개선될 것 같지도 않은 데 문구대로 노사합의문이 이행된다면 하나금융은 그야말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하나금융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함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김정태 회장이 조기통합을 공론화했고, 이어 김한조 행장이 노조와 통합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주말에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임원들도 조기통합을 결의했다.

하나금융 경영진의 조기통합 선언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노조는 5년 뒤인 2017년 가서도 노사합의서 문구를 내세우며 합병을 논의하자고 했지 합병을 하기로 결의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합병을 거부할 게 뻔하다.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합병의 문제는 주주의 권리지 노조의 권리가 아니다. 더욱이 은행 경영이 위기를 맞았는데도 주주의 권리를 위임받은 경영진이 노사합의서에 얽매여 가만히 있다면 그 자체가 배임이다.

외환은행노조는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추진에 대한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지난 주말에는 서울역에서 반대집회까지 열었지만 외환은행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조기통합은 손해 볼 게 없다.

노조의 주장대로 2017년 가서 통합논의를 시작해서 1~2년 뒤 합병이 실행된다면 외환은행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을 것이다. 그때의 통합은 그야말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수반된 흡수합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하나은행보다 더 많이 받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가 계속 보장되지도 않는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외환은행 직원들이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고 현재의 높은 급여와 복지를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폭염이 내리쬐는 서울역광장은 전통과 자존심의 KEB맨들이 서 있을 자리가 결코 아니다.

어쩌면 달콤했을 수도 있는 지난 9년 동안의 론스타 지배 시절은 그만 잊고 현실로 돌아오시라. 론스타가 당신들에게 준 고임금은 마약이었다. 씨티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전철을 밟고 싶은가.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만이 답이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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