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장남 남호씨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지금처럼 내놓지 않고 버티다가는 자칫 동부화재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계열사 매각을 위한 시간을 최대한 벌려면 대주주 일가가 연대책임을 져야한다는 얘기다.
우선 동부제철(700억원)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절차가 7일부터 개시돼 채권단이 신속인수제 등으로 지원해준다. 동부제철의 8월 만기 회사채 400억원도 채권단의 몫이다. 4일 동부메탈(300억원), 8일 동부팜한농(700억원) 회사채도 막았거나 막을 예정이다.
이로써 9월까지는 시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9월부터 위기는 다시 시작된다. 11일 동부CNI가 200억원, 27일 동부건설이 5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동부건설은 11월에도 344억원이 돌아온다. 동부메탈은 10월 300억원, 내년 5월까지 1520억원을 차례로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발전당진이나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 등 계열사를 빨리 팔아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이 시각 인기 뉴스
당국도 우려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사태가 악화되면 금융계열사 지배권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고 경고했다.
남호씨는 이미 동부화재 지분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3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그룹 위기가 심화돼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은행이 상환 요구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고위관계자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동부화재도 뺏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비금융계열사와 지분관계와 지배구조가 별개인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으라는 채권단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계열사 매각 등을 빠르게 진행해 유동성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