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2년, 한국로펌 VS 외국로펌 성적표는?

머니투데이 김미애 기자 2014.07.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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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7월 외국로펌이 국내 법률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로펌과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2017년 3월까지 법률·회계·세무 분야의 빗장이 단계적으로 풀리지만, 이미 1단계부터 인수·합병(M&A) 자문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초전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2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서비스 무역 세분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5월 사이 법률 서비스 수입에서 지급액을 뺀 법률 서비스 적자는 소폭 감소했다.



법률시장 개방 원년인 2012년 6월 7590만 달러, 7월에는 9450만 달러에 달했던 법률서비스 적자는 지난해 12월 8270만 달러, 지난 1월 8410만 달러로 법률서비스 분야의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을 보여줬다. 그러다 지난 2월 5440만 달러, 지난 3월 4180만 달러, 지난 4월 5990만 달러, 지난 5월 4580만 달러로 내림 추세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6370만 달러와 비교해 봐도 1790만 달러(약 180억원) 차이다.

해외 로펌이 국내에 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국내 로펌들이 기업인수·합병 등의 법률서비스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 로펌에 지출한 법률서비스 비용을 뺀 법률서비스 적자는 점차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5월 월별 법률 서비스 지수/그림제공=한국은행<br>2013년 9월부터 지난해 5월 월별 법률 서비스 지수/그림제공=한국은행<br>


외국 로펌들이 국내 사건 수임 경쟁에 뛰어들어 뚜렷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한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법률시장 개방이 전부 이뤄진 게 아닌 만큼,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2017년 완전 개방 이후에야 국내 로펌의 성적을 평가할 수 있어 섣부른 판단은 무리"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몇 개월간의 수치라 적자폭 감소추세에 대한 일반적 해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한편으로는 국내로펌이 법률시장 개방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거둔 성과로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울지역의 A변호사는 "국내 로펌이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법률시장 개방에 앞서 외국변호사 영입 등으로 외국기업과 해외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에 양질의 자문 업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적자폭 감소흐름이 국내 로펌의 선방 때문만은 아니라 경기침체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률서비스 적자 폭이 줄어든 현상은 국내기업이 외국에 진출해 현지 로펌에 지출하는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법률서비스 지급액은 지난해 12월 1억5730만 달러에서 차츰 감소해 다섯 달 사이 1억1470만 달러까지 내려갔다.

대형로펌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달간 적자폭이 감소한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와 관련된 거래, 기업인수, 해외소송이 활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시장에서 외국로펌과 국내로펌이 자문, 사건수임을 양분한 결과로 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난해 적자폭이 7억 달러를 넘어선 것을 두고 국내로펌이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투자를 많이 했던 예전과 달리, 2000년에 들어서 해마다 국내기업의 외국진출이 활발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국내기업이 현지 변호사와 일하는 게 늘다 보니 그동안 해마다 적자 폭이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서비스 적자금액은 2006년 2억2720만 달러에서 2011년 5억210만 달러, 2012년 6억3120만 달러, 지난해에는 7억420만 달러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법률시장 개방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 등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률시장은 법조계의 충격과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3단계에 걸쳐 개방되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영국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고 한국법 사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미국로펌은 2017년 3월이 지나서야 3단계 개방 효과를 누리게 된다.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5월 월별 법률 서비스 지수/그림제공=한국은행<br>2013년 9월부터 지난해 5월 월별 법률 서비스 지수/그림제공=한국은행<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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