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톱’ 없는 홍명보호, 대한민국호

스타뉴스 김재동 기자 2014.06.2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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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사진=뉴스1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사진=뉴스1


18일.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 러시아의 H조 1차전이 열렸다. 후반 10분 박주영을 대신해 교체출전한 이근호가 후반 23분 드리블 돌파에 이은 중거리슛으로 첫 골을 만들어냈다. 선제골. 이근호의 월드컵 데뷔전 데뷔골이었다. 경기는 후반 29분 러시아 공격수 케르자코프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후 골을 넣은 이근호만큼 주목받은 선수중 한명이 박주영이다. 이날 원톱으로 출전한 박주영은 56분 21초를 뛰면서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패스정확도도 떨어졌다. 박주영은 총 18번의 패스를 시도했지만 성공률은 61%에 그쳤다. 공격기회 창출을 위한 공간확보에도 실패했다. 오히려 상대수비 밀집지역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중원과 측면 우리 선수들의 패스시도를 무산시켰고 속공플레이를 둔화시켰다.



활동량에서도 56분 21초동안 6.384km, 95분 환산할 경우 10km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영(11.356km), 구자철(11.338km), 이청용(11.317km)에 비해 크게 못미쳤고 최고스피드도 24.84km(이청용 28.33km)로 선발진중 24.66km로 가장 느렸던 홍정호 다음을 기록했다.

외신들의 혹평이 뒤따랐다. 브라질월드컵 BBC 해설을 맡은 아스널의 레전드 마틴 키언은 "(아스널에)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끔찍한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혹평했고 AP통신은 “아스널에서의 무력한 3년 동안 길을 잃어버린 듯했다”고 비아냥거렸다.



평가전과는 사뭇 다른 대표팀의 선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원톱은 여전히 비난의 타깃이 되고 말았다.

바로 그 18일. 지구 반대편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의 대통령 전용기 안에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다. 브리핑 요지는 “박대통령이 21일 귀국이후 문창극 총리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구서 재가를 검토할 것”이었다.

부적절한 역사관으로 심각한 사퇴여론에 직면한 문창극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 제출은 이로써 세 번째 미뤄진 셈이다. 거기 더해 “재가”가 아닌 “재가 검토”로 후퇴함에 따라서 박심(朴心)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 아니냐, 문창극 후보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하는 사인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7개부처 개각을 단행하면서 2기 대표팀을 구성했다. ‘원톱’ 국무총리 후보자는 여러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창극 후보자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사청문회’란 골문을 두드리는 문창극 후보자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사과하는 자리에서 앉은 채 고개만 숙이는 행동으로 오히려 “오만방자”란 역풍을 맞는가 하면 위안부 희생자 할머니들의 1인 시위 수비에 발목 걸려 그라운드를 나뒹구는 모양새다. 공격루트를 달리해 보려하니 엉뚱하게 오래된 상처 ‘독도와 서해5도’란 칼럼이 도져 제풀에 다리가 풀리고 만다. 중국 언론들은 문창극 후보의 역사관에 발끈하고 나섰고 일본 우익 매체들은 보탬도 안되게 “우리 편 잘한다”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문창극 후보는 인터뷰에서 “대통령님 돌아오실 때까지는 저도 여기서 차분히 앉아서 제 일을 준비하겠습니다”며 여전히 인사청문회란 골문을 향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어쨌거나 지난 4월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대한민국호는 근 두 달의 세월동안 ‘보이지않는 원톱’을 두고 정국을 꾸려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명보 감독의 이근호 교체카드와 같은 ‘신의 한수’는 없는 것인가? 대통령의 귀국이 많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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