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칼럼 '마지막 남은 일'에 대한 오마주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2014.06.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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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009년 8월 4일자 중앙일보에 쓴 칼럼 '마지막 남은 일'을 읽고 문 후보자에게 '마지막 남은 일'을 권하고자 그의 글을 따라썼다. 그의 글에 큰 변화는 주지 않았다. 비교를 위해 문 후보자의 칼럼 '마지막 남은 일'을 첨부한다.

문창극칼럼 '마지막 남은 일'에 대한 오마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행보가 불안정하다. 한때 논란에 휩싸여 거취까지 걱정됐지만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언론인으로서 소신과 강단이 있었음은 확실하다. 식민지배 등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그의 인식이 논란의 씨앗이 됐지만 총리 검증 과정에 후보자의 역사 인식을 올려놓은 성과는 분명히 기억될 것이다.

누구라도 높은 곳에 올라가게 되면 사람들은 고집이 강해진다. 이 세상은 올라가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불명예스럽게 끝나버린 총리 후보자가 많았기 때문에 명예로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소망은 간절하다. 그의 촌철살인의 필력과 박사 논문이 국제적으로 명성을 받은 바 있는지 모르겠다. 아직 모두가 인정할 만한 뚜렷한 공로도 없다. 그러나 꼭 하나 짚고 넘어갈 문제가 남아 있다.



어떤 사람의 과거 문제를 되돌아볼 때, 특히 그가 정치인, 총리 후보자라면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는 무슨 소문일지라도 반드시 결백할 것이라는 전제, 다시 말하면 무죄 추정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문이 공식화되면 그 자체가 명예에 치명적인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면 사실 자체가 왜곡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과거사위원회도 이러한 원칙을 지켰다. 나 역시 그 원칙에 동감하고 있다.

문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역사 인식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소문 차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KBS 9시 뉴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게 우리 민족의 DNA”(KBS 9시 뉴스)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노컷 뉴스) 등의 단독 보도를 비롯 "군 복무중 대학원" 등 최근까지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일본 관련 망언이나 실언이 나올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가 강하게 대응한 것으로 많이 보아왔다. 이번의 경우 이상한 점은 이렇듯 많은 논란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쪽에서도 일절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여당도 조심스럽다. 오리혀 일본, 중국 등 이웃나라의 반응이 더 크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내세워 지시하지 않으면 사건이 안 되는가? 여당이 당론으로 이슈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 바로 이런 것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어떤 문제는 반드시 이슈화가 되어야 하는데도 이슈화가 안 되고 그냥 넘어간다. 어떤 문제는 어느 곳에서도 결정을 하지 않았는데 당연히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무이슈(Non issue), 무결정(Non decision)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몇 가지 유추는 가능하다. 편한 장소에서 자신의 역사인식을 드러낸 것을 놓고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는 폭발적인 사안이라서 누구도 감히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도 그렇고 여당에서도 그렇다.


문 후보자는 최근 여러 코멘트를 했다. 12일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공보실장을 통해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15일엔 "상처받으신 분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나는 그의 발언과 태도 변화를 보면서 혹시 그의 심저에 무슨 불안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과민하고 과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만일 뚱뚱하다면 비록 남이 보는 앞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식탐을 했으리라고 여긴다. 그가 아무리 다이어트를 했다고 주장해도 믿기 어렵다. 하물며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가며 제기된 사안이 왜 지금까지 묻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당사자에게 지명권자의 허락없이 사퇴 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바로 얼마 전 우리는 한 명의 총리 후보자를 불명예스럽게 떠나보냈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도 더 이상 불행한 총리 후보자는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 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총리 후보자이므로 격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해결점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제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고 본다. 그가 이루어 놓은 업적(?)에 버금갈 수 있는 깨끗한 마무리가 있어야겠다. 그가 늘 외쳤던 ‘하나님의 뜻’을 위해서 말이다.

[문창극 칼럼 : 마지막 남은 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가 불안정하다. 한때 위중하여 장례 절차까지 정부와 협의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거인이었음은 확실하다.

통일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분란의 씨앗이 되었지만 새로운 길을 모색했음은 분명히 기억될 것이다. 누구라도 죽음을 앞두게 되면 사람들은 관대해진다. 이 세상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불명예스럽게 끝나버린 대통령이 많았기 때문에 명예로운 대통령에 대한 소망은 간절하다. 그의 민주화 투쟁과 노벨 평화상 수상은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그러한 공로는 모두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꼭 하나 짚고 넘어갈 문제가 남아 있다.

어떤 사람의 과거 문제를 되돌아볼 때, 특히 그가 정치인이라면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는 무슨 소문일지라도 반드시 결백할 것이라는 전제, 다시 말하면 무죄 추정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왜냐하면 소문이 공식화되면 그 자체가 명예에 치명적인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면 사실 자체가 왜곡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과거사위원회도 이러한 원칙을 지켰다. 나 역시 그 원칙에 동감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소문 차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미 FBI, 김대중 대통령 비자금 미국 내 불법 유입 혐의 내사 착수’(월간조선 2006년 9월호) ‘2001년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비자금 3000억을 조성했다’(월간조선 2007년 1월호) ‘자유수호국민운동(의장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김대중 수사 촉구 서명운동 전개’ 등을 비롯하여 아주 최근에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인터뷰’(월간조선 2009년 3월호)에서 “그들은 굶주린 이리떼처럼 20조짜리 회사를 뜯어먹었다”고 증언했다.

우리는 ‘고발이 들어와 사실관계를 알아본다’며 검찰이 특정 사안에 개입한 예를 많이 보아왔다. 이 사건의 경우 이상한 점은 이렇듯 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물론 당사자 쪽에서도 일절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검찰뿐이 아니다. 주류 언론에서조차 이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독점주의를 내세워 문제를 사건화하지 않으면 사건이 안 되는가? 주류 언론이 이슈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 바로 이런 것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어떤 문제는 반드시 이슈화가 되어야 하는데도 이슈화가 안 되고 그냥 넘어간다. 어떤 문제는 어느 곳에서도 결정을 하지 않았는데 당연히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무이슈(Non issue), 무결정(Non decision)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몇 가지 유추는 가능하다. 불확실한 사실을 놓고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는 폭발적인 사안이라서 누구도 감히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정권 차원에서도 그렇고 주류 언론에서도 그렇다. 혹시는 법이 접근하지 못하는 성역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 현실 정치에 대해 여러 코멘트를 했다. ‘이명박 정부는 독재정권이다,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선을 넘은 발언을 자주 해 왔다.

나는 그런 발언을 보면서 혹시 그의 심저에 무슨 불안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과민하고 과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만일 뚱뚱하다면 비록 남이 보는 앞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았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식탐을 했으리라고 여긴다. 그가 아무리 다이어트를 했다고 주장해도 믿기 어렵다. 하물며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가며 제기된 사안이 왜 지금까지 묻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사경을 헤매는 당사자에게 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짧은 시간 내에 밝혀질 문제도 아니다. 바로 얼마 전 우리는 한 명의 대통령을 불명예스럽게 떠나보냈다.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도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제기된 의혹들을 그대로 덮어 두기로 할 것인가.

바로 이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므로 장례의 격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해결점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제 전적으로 가족 손에 달렸다고 본다. 그가 이루어 놓은 업적에 버금갈 수 있는 깨끗한 마무리가 있어야겠다. 그가 늘 외쳤던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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