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 '눈 뜬' 기업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제품 만든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4.06.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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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자본주의 5.0을 여는 열쇠-공유가치창출(CSV)]2회①국내 기업의 CSV 활동은?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삼성과 LG, 현대차, SK 등 국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불우이웃을 돕는 차원의 기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지원에서 벗어나 교육이나 컨설팅 등을 통해 더 이상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이 더해지면서 기업 본연의 활동 자체가 사회에 얼마나 이로운지를 판단하는 형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별도의 사회공헌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활동’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순간적인 전압변화를 견딜 수 있는 TV와 에어컨, 냉장고 등을 개발, 전력사정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도 가전제품을 통해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식이다. 에어컨과 냉장고는 무더위가 심한 아프리카에서 가장 필요한 제품이지만 순간적인 전압변화로 인해 제품이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LG전자가 2006년 선보인 ‘책 읽어주는 폰’도 대표적인 CSV 활동 가운데 하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 제품은 지난 2006년 개발된 이후 총 1만대 이상이 기증됐다. LG상남도서관이 운영하는 '책 읽어주는 도서관'에 접속해 음성도서를 내려 받아 들을 수 있고 최신 지하철 노선도와 카메라, 외장 메모리, 서비스 센터 안내 등 다양한 기능을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다.

◇ 삼성전자, 그린메모리로 지구 지킨다=“해마다 ‘45테라와트(TW)’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고 이는 10년생 나무 8억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31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투자자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전력과 서버 용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그린메모리를 통해 저전력 고용량 저비용 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반도체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기존까지는 ‘큰 용량의 제품’ ‘미세공정을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기기의 보급은 기존과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빅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처리할 데이터 센터(IDC) 수요도 급증했다.

미국 에너지부와 환경보호국 자료에 따르면 연간 미국 내 IDC와 서버의 전력소비량은 약 1600만 대의 중형 자동차 에너지 소비에 맞먹는다.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전세계 전기 소비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100만kW 원자력 발전소 50개가 생산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이때부터 삼성전자는 그린메모리 캠페인을 전개하며 완제품 제조사와 개발단계부터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그린메모리 솔루션은 그동안 발전을 거듭해 현재에는 5세대 제품까지 판매되고 있다.

◇ 현대차,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충전시간 3분,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는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최대 약점인 충전시간을 보완했다. 수소연료전지차 얘기다. 가솔린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1km를 주행할 때 130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분야에서 일본 경쟁업체에 비해 다소 출발이 늦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 만큼은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98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으로 2003년 본격적인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착수해 2006년 주요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어 2013년 세계최초로 ‘투산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미국과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판매에 돌입하며 수소연료전지차 시대를 열었다. 올해 광주광역시 15대를 시작으로 서울과 충청남도 등 국내에 총 40대의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할 예정이며 2025년까지 총 1만대 이상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11개인 수소 충전소도 올해 2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오는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200기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포스코, 시대를 앞선 파이넥스 공법= 포스코는 올해 파이넥스 제3 공장을 가동하면서 400만톤 파이넥스 생산체제를 갖췄다.

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00여m 높이의 고로 위쪽에 철광석과 코크스를 집어넣고 아래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녹여내던 용광로공법이 주로 사용됐다. 이를 위해서는 철광석을 굵은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서 한 번 쪄 주는 소결 공정과 유연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공정이 필요했다.

오스트리아 베스트 알핀사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한 코렉스(COREX) 공법을 개발했다. 소결과 코크스 공정 없이 철광석과 무연탄을 미세가루로 부수어 바로 코렉스로에서 태워 철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세계 철광석 시장의 80%를 점하는 분광을 사용할 수 없고 덩어리 형태의 괴광만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 확보가 쉽지 않았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한 획기적인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풍부하고 값이 싼 지름 8mm 이하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사용할 수 있다. 생산원가 측면에서 가루 형태의 분철광은 가격이 무려 23%나 저렴하고 코크스 생산에 필요한 고급 유연탄이 아니라 20% 이상 저렴한 일반탄을 사용한다.

특히 파이넥스 공법은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은 3%, 질산화물은 1%, 비산먼지는 28%만 배출해 친환경적이다. 포스코는 2007년 5월 150만톤 규모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가동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절감한 환경오염 물질은 측정이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사의 이익제고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유익한 CSV 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이 사회전체를 위한 윈윈전략이어서 CSV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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