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코 류이치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소장은 "아키타현, 시마네현 등의 초고령 도시에서 낮 시간에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은 노인밖에 없다"며 "고령화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편의점, 외식업, 택배·유통업, 건설업 등 육체적으로 강도가 높은 업종이 극심한 젊은층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유명 24시간 덮밥 체인업체인 스키야는 고된 노동과 저임금에 견디지 못한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집단 퇴직을 이어가고 있다. 스키야는 전국 약 2000여개 점포 중 6월 현재 140여개 점포가 일손 부족으로 일시 폐점하고 다수 점포가 영업시간을 줄이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다른 체인 선술집과 편의점 등도 스키야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
젊은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던 각종 아르바이트 업종들이 채용난을 겪고 있지만 임금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직원들의 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 돌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노인돌봄서비스 수급자수는 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된 2000년에는 약 250만명이었지만 2012년 말 시점에는 약 550만명으로 10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2025년까지는 700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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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관련 종사자수는 2010년 말 현재 약 133만명으로 10년 사이 2.4배가 늘었지만 여전히 수요 대비 크게 모자라는 실정이다. 노인의 고독사와 각종 노인 범죄도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일본 사회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노동생산력 저하, 저축률 저하, 사회보험과·연금 비용 증대에 수반되는 재정 부담 증가 등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일본이 잘 대응해 나가지 못한다면 거시적으로 더 심각한 경제 성장력 저하, 재정파탄, 국제수지 위기, 안전보장 위험 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인구구조=일본 내에서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인구절벽에 대한 경종이 울렸음에도 잘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새 정부의 '아베노믹스'마저도 인구구조를 감안한 장기적 계획을 내놓지 못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통화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는 안 그래도 많은 일본 정부의 부채를 더 늘려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수렴해 지난 9일 열린 경제·재정 자문회의에서 "50년 후 1억명 정도의 안정적인 인구구조를 유지한다"는 문구를 중장기 경제·재정 운영방침에 명기하기로 했다. 경제·재정 운영의 기본방침을 인구구조 변화에 초점을 두고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의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평가다.
카네코 류이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인구구조 변화는 총체적인 관점에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며 "일본은 이미 많이 늦었지만 겨우 위기감을 인식하기 시작해 사회 각 분야에서 대처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