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황소' 어떻게 그렸을까··· 무대에서 보실래요?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4.06.1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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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다시 오르는 연극 '길 떠나는 가족'… 이윤택 연출 "이중섭 역은 무조건 지현준이 해야!"

연극 '길 떠나는 가족' 연출가 이윤택(왼쪽)과 이중섭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연극 '길 떠나는 가족' 연출가 이윤택(왼쪽)과 이중섭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얼굴이 길어서 캐스팅됐어요. 이중섭과 정말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는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 천재화가 이중섭 역을 맡은 배우 지현준은 "이번 작품을 위해 수염도 기르고 있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홍보사진 촬영 당시에도 실제 이중섭 사진과 헷갈릴 정도로 흡사한 외모 때문에 촬영 스태프들이 모두 놀랐단다.

이에 이윤택 연출은 반기를 든다. "머리모양이야 내가 이중섭하고 똑같지. 지금 내 머리가 하얗게 돼서 그런데 예전에는 딱 이중섭이었다고. 하하. 사실 이번에 이중섭 역할은 무조건 지현준이 해야 된다고 제가 얘기했어요. 외모도 많이 닮았지만, 성품과 지성이 중요하거든요. 이타적이고 소통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면 절대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예술적 감성은 뛰어났지만 생활면에서는 돈이 생기면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해 늘 손해를 보고 살았던 이중섭의 내면까지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지현준 배우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이중섭의 대표작인 '소'를 직접 그린다. 팔레트를 들고 입에는 담배를 문 모습이 영락없는 이중섭이다.

'길 떠나는 가족', '서귀포의 환상' 등 이중섭의 다른 작품들은 배우들이 재현한다. 그림이 무대에서 움직이는 형태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이중섭의 작품에 자주 나오는 물고기·새·나무 등은 이영란 미술감독이 칡뿌리와 한지로 직접 만들어 소품으로 선보인다.



이 연출은 "이중섭의 '소' 그림은 지금도 1등인데, 연극은 왜 사라졌을까요?"라며 연극계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요즘 연극계는 지나치게 새것과 젊은 것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옛날 것 중에서 좋은 작품은 새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공연에서는 과거의 연극처럼 대사 하나하나를 찍어서 발성하는 '낭만주의적 방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6월24일~7월13일. 만 13세 이상 관람. R석 5만원, S석 3만5000원. A석 2만원. 1644-2003.

배우 지현준은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 이중섭의 대표작인 '황소'를 무대에서 직접 그린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배우 지현준은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 이중섭의 대표작인 '황소'를 무대에서 직접 그린다. /사진제공=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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