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매도’ 추천하면, "안 팔아요"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4.06.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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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64>나쁜 뉴스 이상현상(bad news anomaly)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김현정 디자이너/그림=김현정 디자이너


“매도하세요(Sell)...아니 안 팔아요.”

시장 효율성에 어긋나는 이상현상 가운데 하나로 과소반응(underreaction)이란 게 있다. 특히 나쁜 뉴스에 대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느린 반응을 보인다는 게 많은 재무학 연구의 지적이다.

보통 나쁜 뉴스 이상현상(bad news anomaly)이라 불리는 이러한 과소반응은 심지어 1년이나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단의 재무학자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에 대해 신규 매도(sell) 추천을 했을 때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이 길게는 1년 정도 지속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반면 신규 매수(buy) 추천을 했을 경우엔 해당 종목의 주가 상승은 고작 1주일 정도의 단기에 그쳤다(Womack(1996), Mokoaleli-Mokoteli, Taffler, and Agarwal(2009)).

애널리스트의 매수나 매도 추천후 주가가 상승 혹은 하락을 지속하는 걸 추천후 주가표류현상(post-recommendation drift)라 부르는데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하에선 주가표류현상이 장기간 발생해서는 안된다.



애널리스트의 신규 매수·매도와 같은 새로운 뉴스가 나오면 그날 바로 주가에 전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게 효율적 시장가설의 주장이다. 물론 100% 반영되는데 어느 정도 시간적 지연이 있을 수 있지만 몇 일 내지 몇 달에 걸쳐 주가표류현상이 지속되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좋은 뉴스에 대해선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반응을 하는데 반해 나쁜 뉴스가 주가에 100% 반영되기까진 상당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즉 투자자들이 나쁜 뉴스에 두드러지게 과소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나쁜 뉴스에 대한 과소반응현상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가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도 나타났다. 그러나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상향했을 땐 두드러진 과소반응현상이 나타나질 않았다(Dichev and Piotroski(2001)).


일단의 행동재무학자들은 투자자들이 나쁜 뉴스에 대해 과소반응을 보이는 것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분석한다. 심리학에선 사람들이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고 나쁜 뉴스에 대해선 무의식적인 방어(unconscious defenses)를 보인다고 말하는데, 이를 재무학에 적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과거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나중에 잘못된 투자로 판정나면(=나쁜 뉴스)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쁜 뉴스는 심리적으로 불안(anxiety)이나 스트레스(stress)를 가져다주기에 가급적 들으려 하지 않고 기피한다.

이러한 무의식적 방어는 인간의 내면세계에 깊숙이 잠재해 있어 이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결국 나쁜 뉴스가 주가에 바로 반영되지 못하고 지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애널리스트가 “파세요(Sell)”라고 말해도 사람들의 첫 반응은 “아니 안 팔아, 못 팔아”가 많고, 주가가 한창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매도에 나서는 게 대부분의 주식투자자의 모습이다.

반면, 좋은 뉴스는 흥분(excitement)시키거나 기쁘게(pleasure) 만들어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뉴스를 찾으려고 하고 빨리 반응한다. 좋은 뉴스가 주가에 빨리 반영되는 이유도 사람들이 좋은 뉴스를 빨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널리스트의 신규 매수 추천(=좋은 뉴스)이 나오면 많은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매수 주문을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좋은 뉴스 이후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주가표류현상은 단기에 그치고 만다(몇 일이 지난뒤에 뒤늦게 매수 주문을 내는 사람이 적다는 말이다).

행동재무학은 나쁜 뉴스 이상현상을 주식투자에 역이용하라고 제안할 수 있다. 먼저 애널리스트가 매수 추천을 하면 가급적 추종 매수를 피해야 한다. 특히 매수 추천이 나온 뒤 몇 일뒤에는 절대 매수 주문을 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좋은 뉴스 이후 주가표류현상은 아주 짧은 기간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도 추천이 나오면 주가가 한참동안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섣불리 저가매수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쁜 뉴스 이후 주가 하락은 1년간 지속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종 매수는 피하고 섣부른 저가 매수는 금물"이라는 증시 격언을 행동재무학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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