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개방형 직위제로 공직 사회에 발을 들였다가, 뛰쳐 나온 전직 공무원은 중앙부처 공무원 조직을 그렇게 표현했다.
겉에서 보면 점잖은 모습으로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촉수를 세우고 있다가 먹잇감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모습이 닮았다고 했다. 말미잘 촉수엔 먹이를 사냥할때 쓰는 독소가 있는데, 공무원들에게도 독소가 있다고 했다. 그가 지칭한 그 독소는 바로 '기수문화'.
그는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으로 이름이 바뀐 행정고시가 기수문화의 가장 큰 원흉이라고 했다.
'행시 몇회' 출신이냐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고, 권력이 주어지며, 결국 돈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 퇴직 후엔 근사한 자리가 기다리고 있으니, 공무원들에게 우리 사회엔 먹잇감 천지라는 말이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란 생각을 갖는다. 기수문화는 그 과정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끼리끼리' 끈끈한 정을 쌓아 요즘 지탄의 대상인 '관피아'를 생성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공직사회 개혁 방안이 두가지 없이는 실패할 거라고했다. 바로 행시제도 폐지와 공무원 급여인상.
그는 30분간 이어진 통화 말미에 아쉽게도 공무원 개혁은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 또 관행처럼 예전 모습을 찾아가는 탓이다.
한 정권이 아닌 두 세 번의 정권을 통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된다고 한 것도 이때문이다.
"해경이 해체되고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가 쪼그라드는 '본때'를 보여줬는데 이번엔 달라지지 않겠냐"고 했지만, 그의 경험상 힘들 거라고 했다.
그가 공무원을 말미잘에 빗댄 건 대부분 '자웅동체'인 말미잘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개체 번식한다는 점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