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김시곤 보도국장의 막말 파문과 관련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 효자동 사무소 앞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 2014.5.9/뉴스1
김 전 국장의 발언은 그의 해명대로 왜곡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가족들과 국민들의 KBS를 향한 분노는 단순히 발언의 진위 여부에 있지 않다. 4월 16일 사고 발생 당일부터 24일간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가 보인 보도 행위의 맥락,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을 향한 참았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들은 이들을 더욱 절망하게 했다. 노조에 따르면 길 사장은 "'국가기간방송, 재난주관방송...KBS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월호) 전사적으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 현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타 언론사의 오보나 선정적 보도경향과는 달리 사회 중심추 역할 해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KBS 한 기자는 페이스북 담벼락에 "우리 젊은 기자들은 이래선 안된다고 거의 울음 섞인 항의를 해도…간부라는 인간들은 사원증에 잉크도 안마른 것들이 비난하고 비판한다고…"라며 자괴감을 토로했다.
"사실 우리가 즐겨 쓰는 '세월호 취재 현장'이라는 말은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저 먼 바다는 어떤 언론사도 접근할 수 없는 '현장'이니까요. 설사 가까이 간다 해도 정부와 해경, 언딘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죠. 정부가 불러주는 구조인원, 선박 숫자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진짜 접근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면 그건 '사람'일 겁니다. 깊은 바다 밑에 자기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남겨두고 온 바로 그 사람들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현장'에 있었지만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내며 외면했습니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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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세월호 참사를 취재한 현장기자의 이같은 고백은 같은 언론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급하다는 이유로 관의 발표만 믿고 써대기 바빴다. 의심하고 질문해야하는 가장 기본적 역할을 내려놓았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예의가 결핍된 그런 보도행위들이 넘쳤다. '객관성'을 내세웠지만 실은 사실을 외면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오래 묵었다. KBS에 대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그래도 믿었던,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참담할 뿐이다.
국민들은 우리 언론을 더 이상 용서하고 인내해주지 않을 모양이다. 이 심각성을 우리는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침몰하는 공영방송 KBS의 미래만큼이나 암울한 대한민국 언론 현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