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배 '타이타닉' 빙산 충돌로 침몰? 진짜 원인 따로 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4.04.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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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사이언스-42]현실과 스크린, 여객선 재난 공통점

편집자주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타이타닉의 한장면/사진=20세기 폭스 타이타닉의 한장면/사진=20세기 폭스


"어디까지나 영화니까"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서며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가상의 스토리로 뼈대를 세우고, 영상이란 살을 더해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허구다. 하지만 할리우드·충무로 모두 재난영화만큼은 ‘예외의 법칙’이 적용된다.

실제 일어난 재난 사고가 영화 소재로 등장한다. 지난 과거를 회상케 하고, 또 다시 닥쳐올 수 있는 재앙을 경고한다. 사회안전망 구축은 재난영화 제작의 근본적 취지다.



재난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거대 여객선 침몰을 묘사한 '타이타닉'이다. 1912년 4월 15일 밤, 첫 항해를 떠난 거대한 배가 암흑 천지 북대서양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침몰 사건으로 기록에 남았다. 이후 100년이 흘렀다.

당시 유럽 선박 회사들은 대서양을 횡단하는 정기선을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드는 경쟁에 불이 붙은 시점이었다. 타이타닉은 영국 선박 회사 화이트스타라인이 건조한 대형 정기선 3척 중 2번째 작품이었다.



타이타닉 건조엔 내로라하는 최고급 기술진들이 총동원됐다. 엔진 2개와 증기압으로 회전날개를 돌리는 터빈엔진 1개 더해져 총 3개의 엔진을 탑재한 힘센 여객선이기도 했다. 최고 항해 속도는 39km.

타이타닉의 한장면/사진=20세기 폭스 타이타닉의 한장면/사진=20세기 폭스
이런 첨단기술이 결합된 배가 빙산에 충돌해 침몰했다는 건 왠지 석연치 않다. 그해 겨울은 유독 따뜻해서 북극 빙하가 많이 녹아있는 상태였다. 속도를 늦추라는 경고를 수차례 받았지만 타이타닉은 최고 속도에 가깝게 달렸다. 그렇다 할지라도 배가 빙산을 정면으로 박은 것도 아닌 우현에 스치듯 충돌했을 뿐인 데 왜 가라앉게 됐을까.

영화에서도 그 상황은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타이타닉은 빙산과 충돌 직전 즉시 방향을 왼쪽으로 돌렸지만, 완전히 피하기엔 이미 늦은 뒤였다. 하지만 빙산 충돌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1등실 승객은 충돌한 줄도 모르고 계속 잠을 잘 정도였기 때문이다.


빙산과의 충돌로 타이타닉엔 몇 개의 구멍이 생겼다. 타이타닉 하층부 갑판에는 물을 막는 격벽이 있었지만, 위쪽으로는 천장에 닿지 않아 틈이 있었다.

방수구역이 침수되면서 타이타닉은 뱃머리부터 바닷속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직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타이타닉 사고로 2200여 명의 탑승자 중에서 살아난 사람은 700여 명에 불과했다.

1985년, 선체가 발견되자 침몰 원인을 찾는 과학적인 조사가 본격 시작됐다. 1996년에는 빙산에 부딪힌 부분에 구멍 6개가 발견됐다. 그 크기가 예상보다 적었다. 이 작은 구멍이 타이타닉을 가라앉게 한 주범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면 묻게 된다. 어떻게 얼음이 강철을 찢었을까.

1990년, 타이타닉 잔해를 인양해 연구한 결과발표를 보면 외벽을 만들 때 사용한 철의 품질이 불량이란 주장이다. 빙산과 부딪친 외벽 부근 잔해가 휘지 않고 부서졌던 것이다.

외벽 철판의 화학 성분을 조사하니 타이타닉에 쓴 강철은 황에 대한 망간의 비율이 저탄소강의 2분의 1 정도로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황은 철의 결합을 약하게 만들어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결국 불량자재로 비용을 아껴보려 한 선주의 어긋난 판단이 큰 화를 부른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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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주의 무리한 객실 불법 증축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115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도 불량 자재를 이용한 부실 시공이 원인이었다.

재난영화는 당대사회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다. 그 정중앙에 언제나 '돈' 있기 마련, 사고 원인제공자는 하나같이 각종 불법을 일삼는 파렴치함을 보여준다.

비극의 현장에서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다. 불행의 이면은 영화나 현실이나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더 비통하다.

재난영화는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물어온다. 같은 소재 영화가 앞으로 더 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월호 침몰로 큰 상처를 입은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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