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 떠난뒤 더 유명해진 '뚜벅이 변호사'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이해진 인턴 기자 2014.04.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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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페이스북 '스타 변호사' 조우성 기업분쟁연구소 소장

조우성 기업분쟁연구소 변호사/사진=조우성 변호사 제공 조우성 기업분쟁연구소 변호사/사진=조우성 변호사 제공


"변호사만큼 절박한 이들을 많이 도울 수 있는 직업도 없습니다"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23기 졸업, 법무법인 태평양 입사. 조우성 기업분쟁소 변호사는 소위 '엘리트코스'를 밟아 대형로펌에 들어갔다. 높은 수임료를 받으며 '잘 나가는' 변호사로 활동했지만 늘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해 변론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해 그는 18년 동안 몸담았던 법무법인을 떠나 기업분쟁연구소를 차렸다. 그리고 지금은 주로 대기업 송사를 맡았던 대형로펌에서와 달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을 위한 변론을 펼치고 있다. 대형로펌 시절엔 꿈도 꿀 수 없었던 무료상담도 하고 있다.



변호사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그는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변호사 문턱이 높다"며 "능력도 있고 경험도 풍부한 변호사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는 바로 SNS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변호사'다. 페이스북 친구만 5000명에 팔로워가 2000명이고 그가 올리는 게시글에는 보통 200∼300개의 '좋아요'가 붙는다.



예전부터 매 달에 10여회 씩 강연을 해왔고 '뚜벅이 변호사'라는 필명으로 책도 펴냈지만 SNS에서 만큼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긴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진심'을 담은 글을 올리고 사회적 이슈를 리딩하면서 변호사 조우성가 아닌 '인간 조우성'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SNS로 맺은 인연이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SNS에 올라온 그의 글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꼭 변호사님께 사건을 맡기고 싶다"며 변호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SNS를 통한 수임이 전체 수임의 40% 정도에 이를 정도다. 그 가운데는 무료상담도 많다. 무료 상담이 전체 상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전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승무원 고(故) 박지영씨의 유족에게 무료 변론을 제공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며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청해진해운이 아르바이트 생이었던 고인의 산업재해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추후 유족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또 최근에는 다른 변호사·변리사들과 함께 페이스북에 전문가 그룹을 결성해 국내 스타트업을 도왔다. 그룹이름은 '어벤져스'. 영화속 영웅들이 흩어져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모여 일을 해결하는 것처럼 이들도 도움이 필요한 이가 나타나면 함께 능력을 발휘해 도움을 주자는 의미다.

어벤져스는 그가 우연히 한국갭이어의 상표권 분쟁을 다룬 본지 보도[4월1일자 스타트업 창업 2년만에 존폐위기 몰린 사연보니]를 보고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뜻을 함께할 변호사·변리사들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김민규 모든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등 2∼3명의 지인들로 시작한 어벤져스는 현재 그 멤버수가 19명으로 늘어났다. 전후석 코트라 뉴욕관 미국변호사와 황진철 전북대학교 로스쿨생은 그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이지만 한국갭이어를 돕기위해 온라인으로 인연을 맺었다.

조 변호사는 "어벤져스 활동을 통해 집단지성의 힘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멤버들이 유사사례와 판례분석, 갭의 상표권 조문 등 정보를 공유하고 회의한 끝에 하루 만에 공격전략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의뢰인인 한국갭이어 측도 "따뜻한 집단지성의 힘"이라며 놀라움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재 어벤져스는 갭을 상대로 공격전략인 '불사용취소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고 대응을 기다리고 있다.

조 변호사는 이번 일에 혁혁한 공을 세운 '토르' 김민규 변리사를 비롯한 어벤져스 멤버들과 함께 앞으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 무료로 법률자문을 제공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는 '변호사'라는 자신의 직업이 "참 좋다"고 자부한다.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 보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만큼 절박한 이들을 많이 도울 수 있는 직업도 없다"며 "의뢰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변호사 일을 계속 하는 것이 꿈"이라고 담담히 밝히는 그의 모습에서 필명인 '뚜벅이 변호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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