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위크 판촉행사 엄두도 못내요" 마케팅 담당자의 한숨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민동훈 기자 2014.04.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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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위크·노동절 외국인 특수..어린이날·어버이날 대목에도 마케팅 할 수 없어

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한 백화점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 안산(경기)=홍봉진 기자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한 백화점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 안산(경기)=홍봉진 기자


#1. 22일 오전 11시40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여느 때 같으면 점심시간을 쪼개 쇼핑하러 온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간대였지만 이날은 유난히 손님들이 없었다. 전날이 정기 휴무일이어서 원래 직장인 쇼핑객들이 더 붐벼야 정상이었다.

한산한 분위기 때문인지 매장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틀어주던 빠른 템포의 음악은 조용하고 차분한 연주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객을 응대하는 판매 직원들의 목소리도 이전처럼 '솔' 톤이 아니라 한결 잦아들어 있었다.



#2. 같은 날 오후 2시께 찾은 롯데마트 서울역점. 평일 낮 시간대라고 하지만 이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출국 직전 꼭 찾아야 하는 명소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실제 평일에도 수 백 명의 중국인 관광객들과 매장 직원들의 호객 소리로 매장은 왁자지껄했다. 그러나 이날은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한국인 주부들만이 간간히 보였을 뿐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식품코너의 한 판촉 사원은 "이전 같으면 제품을 맛보라며 적극 권하기도 했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호객 행위를 일절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유통업계 마케팅팀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마다 지난주 예정됐던 대규모 판촉행사를 일제히 취소한 데 이어 내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쇼핑 대목에도 사회적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정중동'을 유지해야 해서다. 이렇다보니 올해 처음 실시한 봄 정기세일의 백화점 성적표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꺾였다.



A백화점 관계자는 "상품권·사은품 증정 등 기본적인 고객 사은행사를 제외하면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이벤트나 프로모션은 따로 열지 않으려 한다"고 귀띔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대규모 행사를 기획한다고 해도 집객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민이 장기화하면 올 상반기 매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백화점들은 봄 정기세일 마지막 사흘인 지난 주말, 특가세일 등 별도 행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도 특판 행사나 시식행사 같은 판촉활동을 자제했다.

마케팅 현장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탄식이 나올 뿐이다. B마트 마케팅 담당자는 "매출과 고객수가 줄어드는 것을 뻔히 알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마케팅을 올 스톱해야 할지, 어떤 마케팅을 전개해야 할지 솔직히 대안도 없다 "고 밝혔다.


5월 가정의 달도 문제지만 더 큰 걱정은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4월말~5월초 황금 연휴다. C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연휴가 이어지며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 수준인 17만명 이상 한국을 찾을 전망이지만 이들을 환영할 만한 행사도 딱히 없다"며 "당초 계획했던 공연이나 외부행사도 자제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이번 주 세월호 사고의 수습 상황을 지켜본 뒤 판촉행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재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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