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한 백화점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 안산(경기)=홍봉진 기자
한산한 분위기 때문인지 매장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소비 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틀어주던 빠른 템포의 음악은 조용하고 차분한 연주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객을 응대하는 판매 직원들의 목소리도 이전처럼 '솔' 톤이 아니라 한결 잦아들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유통업계 마케팅팀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마다 지난주 예정됐던 대규모 판촉행사를 일제히 취소한 데 이어 내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쇼핑 대목에도 사회적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정중동'을 유지해야 해서다. 이렇다보니 올해 처음 실시한 봄 정기세일의 백화점 성적표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꺾였다.
문제는 이 같은 고민이 장기화하면 올 상반기 매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백화점들은 봄 정기세일 마지막 사흘인 지난 주말, 특가세일 등 별도 행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도 특판 행사나 시식행사 같은 판촉활동을 자제했다.
마케팅 현장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탄식이 나올 뿐이다. B마트 마케팅 담당자는 "매출과 고객수가 줄어드는 것을 뻔히 알지만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마케팅을 올 스톱해야 할지, 어떤 마케팅을 전개해야 할지 솔직히 대안도 없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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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도 문제지만 더 큰 걱정은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4월말~5월초 황금 연휴다. C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연휴가 이어지며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 수준인 17만명 이상 한국을 찾을 전망이지만 이들을 환영할 만한 행사도 딱히 없다"며 "당초 계획했던 공연이나 외부행사도 자제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이번 주 세월호 사고의 수습 상황을 지켜본 뒤 판촉행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재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