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달 28일 청해진해운의 데모크라시5호를 타고 인천에서 백령도로 향했다. 군부대에 있는 동생을 면회하러 가는 길이었다. 배는 오전 8시 출항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욱한 안개로 출항이 미뤄졌다. 승객들은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 주변 관계자들은 "오늘 배가 못 뜰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배는 '쾅'하는 굉음을 내며 크게 흔들렸다. 승객들은 '천안함'을 떠올렸다. 선장은 배를 멈추지 않았다. 5분을 더 갔다. 배가 침몰한다는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지만 누구 하나 설명하는 이가 없었다.
지난달 28일 선박 충돌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데모크라시5호 선박의 운항 위치. 지도 어플리케이션에서 가르키는 인천-백령도 항로를 크게 벗어나 있다. /사진제공=A씨
참다못한 A씨가 긴급전화로 해경에 신고했다. "배가 침몰 위기에 처해 있는데 아무 조치가 없다. 당장 와서 승객들을 구해 달라"는 다급한 요청이었다. 해경 측은 "구조선이 가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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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에 신고하고 나서야 선장이 찾아왔다. "배끼리 부딪혔는데 (상대편) 배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믿기 힘든 말이었다.
데모크라시호는 '회항'을 결정했다. 사고가 난 배가 움직여도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배를 확인한 결과 우측 부분 유리섬유가 찢겨 나갈 정도로 파손이 심한 모습이었다. 침수와 침몰로 충분히 이어질만한 상태였다고 A씨는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A씨에게 답한 민원 처리 결과. 해수부는 '철저한 지도감독'을 약속했지만 며칠 후 세월호는 데모크라시호와 같은 미흡한 사고 대처로 참사를 당했다./사진제공=A씨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속한 안내'도 '안전운항'도 찾아볼 수 없었다.
A씨는 "당시 사고에 대한 적절한 징계와 조치를 취했다면 진도 사고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흡사한 사고를 겪고도 승객 안전 조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은 해운사와 해수부 모두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백명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로 배에 갇혔다. 사고 원인으로 '여객선의 항로 이탈'과 '선장 등 승무원들의 미숙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청해진해운 측은 사고대책본부를 하루 만에 폐쇄하고 선장 탈출 등 의혹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