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3주전 선박 침몰위기에도 '황당 대응'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홍재의 기자 2014.04.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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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당시 승객 "배끼리 충돌… 안전 문제없다는 말만"

'선장 1호 탈출' 논란과 '움직이지 말라'는 미숙한 사고 대처로 비난에 직면한 청해진해운이 3주 전 선박 사고에서도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사고는 사상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잘못된 사고 대처가 고스란히 반복돼 진도 여객선 대형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A씨는 지난달 28일 청해진해운의 데모크라시5호를 타고 인천에서 백령도로 향했다. 군부대에 있는 동생을 면회하러 가는 길이었다. 배는 오전 8시 출항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욱한 안개로 출항이 미뤄졌다. 승객들은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날이 개기를 기다렸다. 주변 관계자들은 "오늘 배가 못 뜰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A씨에 따르면 배는 안개가 채 걷히기 전인 오전 10시 40분쯤 무리하게 출항했다. 항구 바로 앞 방파제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배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스마트폰 GPS(위치정보시스템)를 확인한 결과 시속 60㎞였다. 불안했다.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배는 '쾅'하는 굉음을 내며 크게 흔들렸다. 승객들은 '천안함'을 떠올렸다. 선장은 배를 멈추지 않았다. 5분을 더 갔다. 배가 침몰한다는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지만 누구 하나 설명하는 이가 없었다.



사고가 나고 30분 후. 그제서야 "선체에 이상이 없다"는 방송이 나왔다. 승객들은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승무원들은 신경질적으로 "방송을 들으시라고요!"라며 남의 일처럼 이야기했다.

지난달 28일 선박 충돌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데모크라시5호 선박의 운항 위치. 지도 어플리케이션에서 가르키는 인천-백령도 항로를 크게 벗어나 있다. /사진제공=A씨지난달 28일 선박 충돌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데모크라시5호 선박의 운항 위치. 지도 어플리케이션에서 가르키는 인천-백령도 항로를 크게 벗어나 있다. /사진제공=A씨


더 이상 안내는 없었다. 배는 엔진을 켠 채로 멈춰있었다. 위치를 확인했다. 배는 인천-백령도 '여객 항로'를 안내하는 지도 어플리케이션 하얀 실선 저 아래에 동떨어져 있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측은 항로의 경우 엠엔소프트와 페리항로 등 복수의 자료를 받아 빈도수가 높거나 최단·최상이라고 보이는 '권고 항로'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참다못한 A씨가 긴급전화로 해경에 신고했다. "배가 침몰 위기에 처해 있는데 아무 조치가 없다. 당장 와서 승객들을 구해 달라"는 다급한 요청이었다. 해경 측은 "구조선이 가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해경에 신고하고 나서야 선장이 찾아왔다. "배끼리 부딪혔는데 (상대편) 배가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믿기 힘든 말이었다.

데모크라시호는 '회항'을 결정했다. 사고가 난 배가 움직여도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배를 확인한 결과 우측 부분 유리섬유가 찢겨 나갈 정도로 파손이 심한 모습이었다. 침수와 침몰로 충분히 이어질만한 상태였다고 A씨는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A씨에게 답한 민원 처리 결과. 해수부는 '철저한 지도감독'을 약속했지만 며칠 후 세월호는 데모크라시호와 같은 미흡한 사고 대처로 참사를 당했다./사진제공=A씨해양수산부가 A씨에게 답한 민원 처리 결과. 해수부는 '철저한 지도감독'을 약속했지만 며칠 후 세월호는 데모크라시호와 같은 미흡한 사고 대처로 참사를 당했다./사진제공=A씨
사고 후 적절한 보상도 재발 방지 대책도 없었다. 주주총회에 갔다는 '대표'는 결국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운항선사에 선장을 포함한 전 승무 직원이 유사시 여객에게 관련 상황의 신속한 안내와 안전운항에 철저를 기하도록 적극 지도감독하겠다"고 판에 박힌 말을 했다.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속한 안내'도 '안전운항'도 찾아볼 수 없었다.

A씨는 "당시 사고에 대한 적절한 징계와 조치를 취했다면 진도 사고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흡사한 사고를 겪고도 승객 안전 조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은 해운사와 해수부 모두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백명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로 배에 갇혔다. 사고 원인으로 '여객선의 항로 이탈'과 '선장 등 승무원들의 미숙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청해진해운 측은 사고대책본부를 하루 만에 폐쇄하고 선장 탈출 등 의혹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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