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방위사 DST 49% 재매입할 수도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4.04.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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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지분 매각주관사 내주중 선정…거래시도 후 기대가 이하면 FI 지분 거둘 듯

두산 (165,000원 ▼9,700 -5.55%)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놓았던 두산DST의 경영권 외 지분 49%를 재매입할 가능성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거론된다. 일단 현재까지는 제3자에게 100% 지분을 파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입찰 가격이 예상을 밑돌 경우 두산이 재무적 투자자들에 매각했던 지분을 다시 거두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란 분석이다.

16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DST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 달간 10여 개 증권사들을 두고 컨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최종 후보는 2개사로 좁혀졌다.



자문사를 누가 맡든 두산과 매각자 측은 두산DST 경영권 지분 100%를 일단 외부에 매각하는 실무를 맡겨 하반기까지 거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방위산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방위산업체로 우리 군의 미래형 전차인 K21 보병전투장갑차(사진)와 30mm 자주대공포 '비호' 등 첨단 대공유도무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은 2009년 밥캣 인수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심각히 대두됐을 때 두산DST를 비롯한 삼화왕관, SRS코리아, KAI 등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묶어 팔아 위기를 넘겼다. 두산은 당시 두산DST 지분 49%를 미래에셋프라이빗에쿼티와 IMM프라이빗에퀴티가 만든 SPC(특수목적회사)인 오딘홀딩스에 넘기면서 현금 2156억원을 받았고 대신 수년 후 이들과 함께 자신들의 51% 지분까지 100%를 외부 매각하기로 했다.



두산, 방위사 DST 49% 재매입할 수도


두산이 2009년 실행한 구조조정은 5년 동안 대부분 성공적인 결실을 거뒀다. 당시는 금융위기 직후라 헐값에 넘길 뻔했던 해당 계열사 지분들을 5년간 순차적으로 하나씩 팔아 프리미엄을 챙긴 것이다. 남은 자산은 치킨 프랜차이즈인 KFC(SRS코리아의 사업부)와 두산DST 뿐이다. KFC는 최근 해외 PEF(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사인 CVC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지막 두산DST의 경우 4000억원이 넘는 기업 가치와 방위산업계의 중요도와는 무관하게 인수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거래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대기업 잠재 후보군 중에선 방위산업 자회사를 가진 현대기아차와 삼성,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이 수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이익률이 박한 방위산업을 키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최근 3세 승계와 관련된 지배구조 정리에 집중하느라 방위산업 M&A에 관심이 없다. 한화는 태양광 등 신수종 사업과 화학계열의 대규모 M&A를 준비하느라 여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벌 계열이 2009년 당시 2000억원대에 살 수 있던 회사를 이제와 두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주고 살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2012년 6503억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5381억원으로 17%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2.71%에서 2.64%로 하락했다.


두산이 매각한 기업 중 삼화왕관의 사례(금비 611억원에 인수)처럼 방산업계의 중견기업이 인수자로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덩치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 문제다. 업계에는 대부분 수백억원대 자산을 가진 기업이 전부라 이들이 두산DST를 인수하려면 2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융을 일으켜야 한다. 그런데 앞선 지적대로 이익률이 2%대에 불과한 상황이라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두산은 내부적으로 두산DST 임직원들에게 미래에셋 등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 49%를 재매입해 계열분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투자자들과의 약속에 따라 100% 지분 매각을 추진해보겠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입찰 최고가격과 재무적 투자자 보장 수익률의 중간 가격 사이에서 지분을 거둬드릴 가능성이다.

두산이 2009년 미래에셋 등에 49%를 매각할 때 기준이 된 100% 지분의 가치는 4400억원이었다. 그동안 주주들이 1400억원 가량의 배당을 받은 걸 감안하면 미래에셋 등이 가진 49%의 투자원금은 1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두산이 이를 2000억원 가량에 재매입할 경우 큰 부담 없이 두산DST를 지키면서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관계자는 "일단 (두산DST) 외부매각을 추진해 4000억~5000억원에 인수할 후보가 나타난다면 거래는 성사되겠지만 그런 가격이 아니라면 두산 입장에서 굳이 무리한 거래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헀다. 또 "방위산업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고 이익률은 박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남북분단 상황에서 활용가치가 높은 군사정보를 취득할 통로라 49% 지분을 재매입해 이를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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