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KT는 이 과정에서 검수조건을 계속 변경해 검수 통과를 어렵게 하고, 결국 경영난에 빠진 하청업체에 새 물량 4만여대를 발주하는 대신 종전 17만대 계약을 무효화하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청업체는 결국 상장 폐지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KT는 태블릿PC인 K-PAD를 20만대 출시하기로 하고 먼저 2010년 8월 엔스퍼트에 3만대를 제조위탁했다. 이후 같은 해 9월에 잔여 17만대에 대해서도 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KT는 이 과정에서 발주지연과 재고부실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엔스퍼트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자 다른 태블릿PC(E301K) 등 제품 4만대를 발주하면서 종전 17만대 위탁계약은 무효화했다. E301K 2만대 매매계약서에 17만대 계약을 무효화한다는 문구를 기재한 것이다.
2009년 800억원 매출에 23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던 엔스퍼트는 태블릿PC 17만대 생산부담으로 2010년 374억원 매출에 당기순손실 204억원, 2011년엔 383억원 매출에 당기순손실 42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2년 결국 증시에서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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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따르면 KT는 발주 취소에 이르는 과정에서 검수조건을 계속 변경하고 검수절차 진행을 불명확하게 하는 등 검수통과를 어렵게 했다. 엔스퍼트는 변경되는 검수절차 진행에 계속 적극 협조했으며 결국 납기 전에 망연동 테스트까지 통과하기도 했다.
무효화 계약 과정에서도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KT는 무효화 계약과 함께 17만대에 대한 납기를 3개월 연장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후 검수절차도 계속 진행했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엔스퍼트 입장에서는 17만대 납기가 사실은 연장됐고, 무효화 계약은 중요한 의미가 없다고 인식하고 합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스퍼트는 당시 사업상 KT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모회사인 인스프리트에게도 KT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다. 17만대 무효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KT에 향후 재발방지 명령과 함께 총 20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17만대 납품계약 파기로 약 300억원의 손실(엔스퍼트 측 추산)을 봐 주가가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엔스퍼트에 단말기 케이스 등을 공급하는 2차 납품업체를 포함해 2~3차 협력업체들도 모두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야 했다. 지급명령과 채권추심 등이 난무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징금 고시대로 부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