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시킨 친구들 죽이겠다" 16세 중학생 달랜 비법은…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4.04.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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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문승민 서울서부경찰서 학교폭력전담경찰관

문승민 서울서부경찰서 학교폭력전담경찰관(경사)/사진=이동훈 기자문승민 서울서부경찰서 학교폭력전담경찰관(경사)/사진=이동훈 기자


"아저씨~ 경찰선생님~ 제 얼굴 아시죠?" "저는요, 저는요?"

경찰 제복을 입은 문승민 경사(사진)가 운동장에 나타나자 중학생 한 무리가 멀리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왔다. 순식간에 문 경사를 에워싸고 반가워하며 재잘댄다. 문 경사의 핸드폰에 등록된 학생, 학부모, 교사만 900여명.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다.

"처음 학교폭력전담경찰관으로 배치됐을 땐 '경찰이 왜 학교에 오냐', '교사들 감시하는 거냐', '무섭다' 등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이젠 친근한 존재가 됐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뿌듯해요."



문 경사는 강력반 경력 13년의 베테랑이다. 서울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수사를 담당하다 2012년부터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비행청소년을 수사·처벌하던 데서 교육·선도하는 역할이 더 부여된 것.

현재 응암·연은초등학교와 충암초중고등학교 등 7개 학교를 맡고 있다. 3년간 학교 현장을 오가며 문 경사는 학교폭력을 쉬쉬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분위기를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처음엔 학부모를 상대로 학교폭력 교육을 하면 "우리 아이는 그런 행동을 안 하는 데 왜 불러서 이런 걸 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도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폭력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문제가 생기면 숨기기 일쑤였다.

문승민 서울서부경찰서 학교폭력전담경찰관(경사)이 서울 충암중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문승민 서울서부경찰서 학교폭력전담경찰관(경사)이 서울 충암중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문 경사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터놓고 이야기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학생들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였다. 충암중학교 교사, 여학생들과 '통통이 축구팀'을 결성해 매주 토요일마다 축구교실을 운영했다. 학교 학생간부 수련회나 체육대회에도 참석하면서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엔 서대문구에 거주하던 한 16세 학생이 문 경사에게 울면서 전화해 "나를 왕따시킨 친구들과 방관한 담임선생님, 부모님까지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함께 운동하고 식사하며 자주 연락을 해오던 학생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상황.


문 경사는 "빨리 와 달라"는 학생을 불러 내 순대국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차분히 타일렀다. 학생은 "그런 생각이 든 순간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 밝게 잘 지내겠다"고 약속했다.

중학교 졸업식 직전에 학생들 사이에 '누가 학교에 불을 지르려 한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다. 문 경사는 교사들의 도움으로 일부 학생들을 만나 소문의 근원지를 물었다. 학생들은 "그런 친구들이 있으면 찾아서 못하도록 하겠다"며 오히려 문 경사를 돕겠다고 나섰다. 졸업식은 아무런 사고 없이 끝났다.

"욕설, 폭력 등 나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나쁜 걸 흉내내는 게 대부분입니다. 정말 나쁜 친구는 없어요. 요즘은 카카오톡 등 온라인상의 폭력도 심각한데 미리 교육하고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선도하는 방향으로 해야죠. 내 자식 같은 학생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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