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카지노, '먹튀' 안전장치 제대로 될까?

머니투데이 이지혜 기자 2014.03.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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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시저스 카지노 적합, "예치금 530억원 외에 안전장치 없다" 비판

문화체육관광부는 리포&시저스의 영종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에 대해 적합 판정을 통보했다. 사진은 조감도/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문화체육관광부는 리포&시저스의 영종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에 대해 적합 판정을 통보했다. 사진은 조감도/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한국 카지노 시장의 빗장이 처음으로 외국 자본에게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도네시아 부동산 기업 '리포'와 미국 카지노 업체 '시저스'가 합작해 만든 '리포&시저스'(LOCZ)가 신청한 인천 영종도 카지노 사전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문체부는 건축·회계·투자·도시계획·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 15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투자 규모 △투기성 여부 △신용 상태 △투자금액 납입 여부 등을 검토해 이 같은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포&시저스는 영종도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개발 1단계(2014~2018) 사업을 7437억원을 투자해 완료하면 2018년 상반기에 7700㎡(연면적 5% 이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내수 진작의 딜레마에 빠져 외국 자본에 사행성 산업인 카지노 빗장을 너무 빨리 열어준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정부는 외국 자본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류 상으로만 카지노 허가 여부를 알려주는 사전심사제를 도입했지만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업체들까지 무분별한 사전 심사 신청이 잇따르자 이를 공모제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이를 담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렇게 정부가 문제를 인정하고 바꾸려고 한 사전심사제로 리포&시저스의 카지노 적합 판정을 내준 것은 정부의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외국 자본이 투자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카지노 허가권만 팔고 떠나는 먹튀를 어떻게 막느냐는 것도 정부의 숙제다. 이날 문체부 김기홍 관광국장은 "사전심사는 적합 여부만 판정한 것일뿐 타 업체에 허가권을 양도 양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리포&시저스가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행했을 때만 최종 허가권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와 함께 허가권을 포함한 카지노 사업의 양수·양도를 문체부 장관 승인 사항으로 바꾸고 매출액 누락에 대한 행정처분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리포&시저스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리포&시저스의 투자 계획에 대한 실질적 안전장치는 투자 예정금액의 10%인 5000만 달러(약 533억원)를 예치하는 것이 유일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만약 리포&시저스의 경영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 중도에 투자 집행을 포기하더라도 문체부가 손해배상이나 다른 어떤 청구도 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투자 집행을 하지 않고 카지노 사업을 포기한 뒤 영종도 땅값이 급등할 경우 시세차익만 남기고 떠난다고 해도 아무 제재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카지노 허가가 난 이후 리포&시저스가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거나 내국인 출입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원대 장병권 호텔관광학부 교수는 "부대시설 완공 시점 이후에 카지노 허가를 내주고 별도 안전장치로 투자 이행 각서도 꼭 받아놔야 한다"며 "복합리조트 개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카지노 허가만 받고 다른 투자는 고의로 늦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포&시저스가 카지노 허가를 받은 후 추가 개발 조건으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도록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며 "이런 요구 자체를 할 수 없게 명문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영종도 카지노 사업을 마카오식으로 무분별하게 내줄 경우 큰 사회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35개 카지노 업장이 영업하고 있는 마카오는 범죄 자금이 들끓고 심각한 도박병으로 중국 내부에서조차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2개의 초대형 카지노 운영을 통해 2009년 900만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 1450만명으로 60%이상 늘어나는 등 순기능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모방식으로 카지노 허가를 내주기로 한 만큼 영종도 전체에 과연 몇 개의 카지노가 바람직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국내외 자본으로 만든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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