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자체가 지형이 됐다고? 어마무시한데?"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4.03.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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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축가 자하 하디드 "최초의 아이디어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야경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야경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아 있는 것 같다. 잠시 머물다가 홀연히 사라질 것만 같다. 그만큼 낯설고 이질감이 느껴진다. 지난 5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오는 21일 문을 열게 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모습이다.

DDP는 옛 동대문운동장 터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3차원 비정형 건물로 총 4840억원이 들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 장소의 역사성을 무시한 흉물이다,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등의 비난을 받으며 'UFO'라는 별명까지 얻은 DDP가 우여곡절 끝에 개관한다.



이 건축물의 설계자인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64)가 개관을 앞두고 내한했다. 이라크 출신인 그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다. 11일 오전 DDP 4층 잔디사랑방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이야기 했지만 이번 작업 결과물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다.

이라크 출신인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자신이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에 앞서 내한했다. /사진=이언주 기자이라크 출신인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자신이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에 앞서 내한했다. /사진=이언주 기자
"건축을 하는 것은 설계도를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공에 들어가면 재질이나 물성에 따라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구현되지 않을 때가 있고,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번 해석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최초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해석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자하 하디드는 특히 "건축물 자체가 곧 지형이 되도록 한 것은 독창적인 접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붕에 잔디가 덮여 있는 것을 보더라도 건축물을 통해 새로운 지형을 인공적으로 창조해낸 것이라고 본다"며 "전시장을 박스 형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지형에 녹아 있는 모습으로 구현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의 작업 키워드 '어바니즘'(urbanism)을 거듭 강조했다. 도시 생활양식과 문화를 의미하는 이 단어의 건축적인 핵심요소가 무엇인지 묻자 "건축은 도시의 성장과 특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중교통의 수단이 변모하고, 도시의 모습도 점차 바뀌는 상황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도시의 특징을 살리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서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앞으로 어바니즘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서울이 집중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DDP는 건축물이자 하나의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보는 곳의 위치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를 전하고, 시간이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유기적으로 모습을 달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 태세다. 또 이음새가 없이 하나로 연결된 모습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도 한다. 건물 내부는 기둥을 찾아보기 힘든 대신, 물 흐르듯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져있다. 층간 구분도 모호해서 출입구에 따라 어느 곳은 지상 2층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이날 간담회에 동참한 자하 하디드의 건축 파트너 패트릭 슈마허(53·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공동대표)는 "의도적으로 곡선을 많이 넣었다"며 "곡선을 통해 시각적으로 차분하고 우아한 느낌을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자하 하디드 역시 "만약 곡선 대신 직선을 이용해 박스 형태로 지었다면 지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지금보다 더 거대해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DDP의 규모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무엇을 기준으로 과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스케일(규모)은 건축가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답했다.

DDP 개관과 함께 자하 하디드를 재조명하는 '자하 하디드_360도'전시를 비롯해 '간송문화전' '스포츠디자인전' '엔조 마리 디자인전', '울름 디자인 그 후' 등 5대 전시가 함께 열린다. 앞서 12일에는 DDP 알림 1관에서 건축 전문가와 일반인 등 1000명을 대상으로 국제포럼도 열린다. 이 건축물이 과연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과 대중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부 조형계단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부 조형계단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관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관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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