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뭔가 개념을 만들어낸 후에 스스로 그 개념의 노예가 되는 일이 많다. 이 랭킹이라는 것도 그 한 가지다. 책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면 판매가 늘어나듯이 랭킹도 자기복제적인 존재다. 우수한 학생과 교수를 끌어들인다. 또 랭킹 산정 방식과 결과에 불만을 표하던 학교나 기관도 정작 자신이 높게 평가되면 그 홍보에 열을 올리는 식으로 태도가 변한다. 높은 랭킹을 받으면 ‘랭킹이 다는 아니지만’하고 여유를 부릴 수 있지만 낮은 랭킹을 받으면 ‘랭킹과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온갖 해명을 다해야 한다.
US뉴스의 로스쿨 평가는 학교가 교수와 학생에게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가에 좌우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을 모교 도서관 사서보조로 채용하는 학교도 있다. 거의 모든 랭킹이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실적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수의 강의능력은 아예 지표에 없다.
대학들은 나름의 이유를 제시한다. 예컨대, 우리 나라 대학들은 국제화 지수가 낮은데 이는 대학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학술논문 인용지수 산정에서 사실상 영어를 사용한 것만 집계가 되니 우리말로 아무리 탁월한 논문을 써도 랭킹에는 도움이 안 된다. 자기들 언어 자체가 국제 언어인 영미 대학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QS랭킹에서 국립싱가포르대와 홍콩대가 각각 24, 26위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소재지 자체가 국제화되어 있어서 영어권 출신 교수의 비중과 국제교류도가 높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랭킹은 전력을 다해 올리고 볼 일이다. 이 작업을 인위적인 부풀리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대로 평가받기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랭킹에 불만만 표하고 있다가는 결국 우리만 손해다. 랭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석해서 세부적으로 대응하고 평가기관들에게 우리의 실체와 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평가 단계는 상승할 것이다. 평가기관들이 애써 우리의 장점을 조사하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다. 기분 별로지만 답답한 우리가 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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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고에 의하면 세계의 많은 대학들이 랭킹과 그 산정 기준으로 자체 진단을 하고 개혁에 활용한다. 아시아권 대학들은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랭킹을 중요하게 여긴다. 분야별 세부 랭킹이 이민정책에 반영되는 나라도 있다. 대학이 학문과 교육의 본질이 아닌 외양에 매달린다고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 발전기금 모금과 마찬가지로 본질가치의 향상에 도움되는 일은 마땅치 않아도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