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은행권, IT업계와 예금 유치 경쟁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4.02.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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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온라인 MMF 출시...은행들도 6%대 고금리 상품으로 맞불

중국 은행권이 IT(정보기술)업계와 예금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IT업체들이 잇따라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을 출시하자 유사한 상품으로 맞불을 놓으며 중국 은행산업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국영은행을 비롯한 상당수 중국 은행이 최근 새로운 투자 상품을 선보이며 IT업체들의 온라인 MMF에 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 '위어바오'라는 이름의 온라인 MMF 상품을 선보였다. 최근까지 위어바오에 몰린 자산은 4000억위안(약 70조440억원)에 이른다. 중국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 게임업체 텐센트 등도 최근 위어바오와 유사한 MMF 상품을 내놓았다.

이들 상품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데다 연간 6%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 은행 예금 금리는 0.35%에 불과하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역시 3.3%로 온라인 MMF 상품이 제공하는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



WSJ는 중국의 예금은 2012년 GDP(국내총생산)의 절반이 넘는데 이는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온라인 MMF가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은행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크리스틴 쿠오 선임 신용 책임자는 "중국 IT업계의 MMF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지만 은행들은 위협을 감지하기 시작했다"며 "중국 은행들이 유사 상품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ICBC)은 지난달 '톈톈이'라는 이름의 MMF 상품을 출시했다. 연간금리도 6.1%로 IT업체들의 MMF를 타깃으로 삼았다. 교통은행과 핑안은행도 최근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다.


ICBC와 교통은행은 MMF에 얼마나 많은 돈이 몰렸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핑안은행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MMF에 지난 11일 현재 9억6300만위안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들은 고금리 MMF 상품이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ICBC 항저우 지점의 한 직원은 "MMF 출시로 상당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며 "ICBC가 MMF 상품을 선보인 것은 알리바바의 위어바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는 결국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다른 규제당국과 함께 온라인 금융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새로운 규제가 온라인 MMF시장의 급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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