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 1080만원 '신림동 월세부자' 세금은 0원, 어떻게?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4.02.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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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가 꿈인 나라]<5>다가구주택 집주인엔 '조세천국'

월수 1080만원 '신림동 월세부자' 세금은 0원, 어떻게?


#서울 관악구 서림7길(옛 신림동) 인근에 원룸 구조의 다가구주택(연면적 1200㎡)을 보유한 최모씨. 전세 10개(평균 보증금 4500만원), 월세 27개(평균 40만원) 등 총 37개방을 세놓고 있다. 세입자는 대부분 사회초년생이거나 대학생들이다.

최씨는 전세 보증금 4억5000만원 외에 매달 1080만원 가량의 월세소득을 올리는 '임대부자'다. 하지만 임대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다가구주택 1채는 1주택에 해당돼 과세대상이 아닌 탓이다.



서림7길 소재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고시촌인 이 주변은 다가구주택으로 임대소득을 올리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한 달에 수천만원을 벌어도 세금내는 사람은 한 번도 못봤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시장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을 합법적으로 무시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다가구주택을 세놓는 임대사업이다. 다가구주택은 임대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소득세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임대사업을 조금 안다는 사람들에겐 이른바 '조세천국'(Tax Heaven)으로 불린다.



이를 악용해 '불법 가구 쪼개기', '임대료 폭리' 등으로 임대소득을 최대한 늘리려는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소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만 퍼주고 있는 실정이다.

월수 1080만원 '신림동 월세부자' 세금은 0원, 어떻게?
◇다가구주택 '세금없는 소득' 연간 5조원 육박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의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는 임대가구는 전세 59만2833가구, 보증부 월세 66만8847가구, 보증금없는 일반 월세 15만3597가구 등 총 141만5276가구에 달한다.


평균 임대료는 전세 보증금이 7407만원, 보증부 월세의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1993만원과 29만7000원이다. 일반 월세는 매달 28만5000원의 임대료를 지급한다. 이를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다가구주택 임대가구가 지불하는 보증금은 총 57조2412억원, 월세는 2조9090억원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들이 얻는 연간 임대소득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월세는 전체가 임대소득으로 구분되지만 전·월세 보증금은 간주임대료율을 적용해 임대소득을 계산한다.

전국 다가구주택 임대가구가 지불한 총 보증금을 지난해 간주임대료율 3.4%를 적용, 임대소득으로 단순 환산하면 1조9462억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즉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들이 얻는 연간 임대소득은 총 4조8500억원(보증금 환산+월세)이 넘는 셈이 된다. 국토부가 조사한 다가구주택 임대가구의 평균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사업자들이 얻는 연간 임대소득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매년 막대한 임대소득을 얻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현행법상 다가구주택은 1주택에 해당돼 과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대소득세는 월세의 경우 2주택 이상 보유자가 1주택 이상 임대할 때 과세대상이다.

전세의 경우 3주택 이상(85㎡이상), 보증금 3억원 초과분에 간주임대료 이자율을 적용해 임대소득세를 계산한다. 다가구주택은 월세든, 전세든 임대소득세와는 무관한 것이다.

다만 1주택자라고 해도 기준가격(공시가격)이 9억원 넘는 고가주택을 월세로 임대할 경우 임대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다가구주택 중 기준가격이 9억원을 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하다. 실제 지난달 국토부가 발표한 전국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9억원이 넘는 단독주택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불법 판치는 '조세천국' 세입자 주거고충 커져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 대다수가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세제혜택을 부여해 논란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부터 소형주택(85㎡이하 등) 3채 이상 세를 놓는 임대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소득세 2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다가구주택도 임대가구를 각각 하나의 주택으로 인정,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도 내지 않는 다가구주택에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시장과 동떨어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조세 형평성과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다가구주택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다가구주택은 사실상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과 다를 바 없지만 조세측면에서 나홀로 '특혜'를 받고 있어서다.

세입자들의 주거고충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은 지상 3층 이하, 바닥면적 660㎡ 이하 주택으로 19가구 이상 거주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최씨처럼 임대소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구수를 불법으로 늘리거나,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책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세입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주거비용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만들고 방치한 조세 불균형이 낳은 부작용이다. 마철현 세무법인 민화 대표세무사는 "공평과세 측면에서 다가구주택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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