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로 우리동네 기상예보 못 본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4.02.0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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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도로명주소]기상청 "시스템상 도로명주소로 대체 어려워"

#주말마다 등산을 즐기는 김기덕씨(35·가명)는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기상청 동네예보 홈페이지를 접속한다. 도봉산·관악산 등 서울 지역 산들의 주말 날씨를 3시간마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최근 동네예보 홈페이지를 찾은 김 씨는 진땀을 흘렸다.

올해부터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 한다고 해 일부러 산 근처 도로명주소를 알아내 예보를 보려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 기상청 동네예보는 여전히 도로명주소가 아닌 기존 동(洞)을 기준으로 예보를 하고 있었기 때문. 애써 도로명주소를 알아냈던 김 씨는 한마디로 허탈했다.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이 도로명주소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지만 기상청은 기존 지번주소로 기상예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예보의 특성상 선형 개념의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이다.

4일 기상청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기상청은 2008년 10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3500여개 읍·면·동 단위를 포함한 4000여개 지역 날씨를 예측하는 동네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동네예보는 전국을 5×5㎞ 간격의 촘촘한 그물망으로 나눠 3시간 간격으로 기온과 습도, 바람 등 12가지 기상정보를 최대 48시간까지 알려준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초기화면에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읍·면·동을 각각 선택하면 원하는 날짜의 시간대별 날씨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기상청 동네예보 홈페이지./사진제공=기상청현재 운영 중인 기상청 동네예보 홈페이지./사진제공=기상청


문제는 동네예보에서 '동네찾기'가 도로명주소가 아닌 지번주소로 돼 있다는 것이다. 동네예보는 우리나라 전역에 격자점을 만들어 그 점들을 기준으로 기상 예측을 보여주는데 이 기준점들의 주소가 아직 도로명주소로 바뀌지 않은 것.

기상청 관계자는 "한 개 동에도 수많은 도로명주소가 있다"면서 "도로명주소는 '선'이고 기상예보는 '면'으로 하는 것이라 도로명주소를 적용하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격자점의 주소를 일일이 바꾸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안행부는 기상청의 지번주소 사용에 대해 난감한 입장이다. 공공기관으로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하지만 기상청의 업무 특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안행부 관계자는 "주소체계만 바꿀 뿐 법적인 행정구역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상청이 예보를 기존의 '동' 개념으로 하고 있다"면서 "동이름과 함께 동 주민자치센터 도로명주소를 함께 병기하는 방법을 기상청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고시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이제까지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공공기관에서 도로명주소를 쓰지 않는 것은 사실상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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