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이어진 카드런 "재발급 말고, 해지해주세요"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4.01.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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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은행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이번 유출사고로 KB 4000만건, 롯데와 농협은 각각 2000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2014.1.20/사진=뉴스1 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은행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이번 유출사고로 KB 4000만건, 롯데와 농협은 각각 2000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2014.1.20/사진=뉴스1


21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의 NH농협은행 여의도지점. 이른 시간에도 5~6명의 고객이 농협을 찾았다. 직원들은 건물 정문과 지점 입구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안내 및 사과의 말씀'을 게재하느라 바빴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카드 재발급하러 오셨어요?" 농협 입구를 지키고 선 직원은 공손하게 '카드 재발급' 여부를 인사말처럼 물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알려진 지 이틀째인데도 농협 지점은 개인정보 유출을 조회하고 카드를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들로 분주했다.



이날 오전 농협을 찾은 고객의 약 80% 이상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따른 업무를 봤다. 4개 창구는 빌 틈이 없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20~30대 직장인이 늘어 오전 11시쯤엔 대기인원이 1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50분간 12명 이상이 카드와 통장 등을 재발급 받았다.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고객들은 대체로 현금·체크·신용카드와 통장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재발급받는 업무를 순서대로 봤다. 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전 과정을 거치느라 1인당 최소 10분 이상이 소요돼 대기인원이 점차 늘었다. 농협에 계좌가 없는데도 개인정보 유출을 조회하러 지점을 방문한 사람들도 있었다.



농협 여의도지점 관계자는 "평소뿐 아니라 어제 오전보다도 고객이 늘었다"며 "고객들이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은행을 찾기 때문에 당분간은 재발급 요청이 늘어날 것 같다. 점심시간부터 시작해 오후엔 대기인원이 더욱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미 피해사실이 널리 알려져서인지 새삼스레 큰 소리로 항의를 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카드 재발급을 권유하는 직원들에게 단호하게 카드 해지뿐 아니라 농협과 관련된 통장 해지까지 요구하는 등 '불신'을 표하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2012년 10월 이후 발급받았으면 상관없다'는 안내에도 많은 고객들이 카드를 해지했다.

"신용카드는 즉시발급은 안 되고 7~10일 기다려야 되세요." "아, 고객님 그게 아니라 체크카드뿐 아니라 3개 카드 정보가 다 유출되신 거예요."


직원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창구의 직원들은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재발급 과정을 설명하는 한편 새로 나온 카드종류를 소개했지만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한 직장인 김모씨(29)는 "액티브 엑스를 설치하라는 등 보안을 위해 고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았는데 카드사는 뭘 한 것이냐"며 "카드사 보안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난 이상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시스템 자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를 주고 싶지 않아도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거래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외의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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