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마약보다 독한 성폭력, 베테랑도 깜짝 놀라"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4.01.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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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사람들]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 윤휘영 경정

"조폭·마약보다 독한 성폭력, 베테랑도 깜짝 놀라"


"조폭, 마약사건을 다뤄본 베테랑들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성폭력 사건들을 계속 다루다 보면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주변사람이 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거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한다는 보람으로 버티는 거지요."

지난해 2월 출범한 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를 이끄는 윤휘영 경정(사진)은 성범죄의 잔혹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웃은 물론 친족까지 연루된 인면수심의 성폭력 사건을 계속해서 접하는 경찰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할 지경이다.



여성과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사대의 기반을 닦는 일과 함께 일선 경찰들을 챙기는 것도 윤 경정의 몫이다.

성범죄는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중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신고로 가려진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수사대의 첩보활동으로 신고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반영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강간, 강제추행 사건은 2만2342건으로 전년 1만9619건보다 1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살인은 5.7%, 강도는 23.5% 감소했다. 절도와 폭력도 각각 0.7%, 5.8% 줄었다. 성범죄 접수 건수 증가세는 6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윤 경정은 "성폭행을 당하면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지 말고 신고부터 해야 한다"며 "매우 기본적인 행동요령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피의자 처벌에 증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홍보도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사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여성가족부, 교육부뿐만 아니라 굿네이버스 등 외부단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성폭력 예방·대처와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월에는 교육부와 손잡고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모니터링과 관리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제2의 '도가니'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윤 경정은 "올해 안으로 여성, 노인단체들과도 협약을 맺어 성폭력과 관련한 주요 협업시스템을 완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경정은 수사대의 존재 이유가 수사·처벌보다는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화돼 있던 수사체계를 일원화한 것도 성폭력 범죄를 제대로 수사해 2차 피해 등을 막기 위해서다.

기존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는 전담조사관이, 피의자는 형사팀이 조사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한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를 따로 조사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이나 미세한 떨림까지 제대로 한 번에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수사대 출범으로 수사를 일원화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대처와 사후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윤 경정은 "과거에는 범죄자를 잡아서 수사해 검찰에 넘기면 일이 끝나는 개념이었는데 이제 수사는 당연한 부분이고 법률, 의료, 상담지원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경정은 "앞으로 외부단체와 실질적인 교류를 강화하고 전문 인력도 대폭 늘려 수사대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중요한 파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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