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민영화'… '지대족'은?

머니투데이 김준형 경제부장 2014.01.15 07:08
글자크기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여배우 '민영화'… '지대족'은?


지난달 코레일 파업이 한창일 때 '여배우 민영화'가 포털사이트 검색어1위에 올랐다. '성매매 탤런트' 사건 수사선상에 오른 여배우 이니셜이 'ㅁㅇㅎ'이라는 낭설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민영화' 검색 열풍이 일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초중고생들도 '민영화'를 알게 돼 사회 공론화 정도가 한층 높아졌다.

뒤이어 벌어지고 있는 의료법인 영리화 논란은 물론, 앞으로도 공공성을 지닌 각종 제조·서비스 분야에서 '민영화'라는 석자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민영화' 석자만큼 공론화 단계가 높아져야 할 단어가 '지대(地代:rent)'이다.



민영화건 공영화건 이는 수단일 뿐, 목적은 '비정상'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따라서 '지대'를 어떻게 줄일수 있느냐가 민영화 논란에서도 고민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말이다.

고전적 의미의 '지대'는 토지에서 나오는 수익을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 지대는 스스로 부를 창출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창출된 부 가운데 정당한 몫 이상을 차지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좀 더 넓게는 '독점 이윤', 혹은 그런 소유권으로부터 얻는 수익까지를 포괄한다. 지대를 부단히 추구하는 부류가 '지대족'이다.



'지대수익'이 가능한 것은 대개는 정부의 규제와 시장보호가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경우도 정부가 알짜 독점 노선을 민간에 넘겨 특혜를 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뿌리 깊은 의심이 파업의 지속력을 높여줬다.

취임 전에는 민영화를 반대했다가 취임하자 말을 바꿨다는 공격을 받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민영화 방안은 정부가 철도투자를 다 해놓고 민간에 운영자로 들어와 운영수입을 고스란히 챙기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지대수익을 보장해주는 특혜구조였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다.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뒤집어보면, 독점을 우산삼아 코레일과 구성원이 '지대족'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정부가 철도 화물운송비를 낮게 유지해줌으로써 혜택을 보고 있는 대기업들도 국민의 부담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지대족일 수 있다.


민영화 논란을 지켜보던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민영화건, 공영화건 누가 지대수익을 얻고 있는지를 따져서 그걸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게 시장을 작동시키는 것인데, 민영화냐 아니냐만 갖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 정부가 대기업 민자발전소로부터 비싼 값에 전기를 사주고, 그 대기업 계열사들은 한국전력으로부터 기업용 전기를 싼값에 사서 쓴다면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지대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지대의 개념을 철도나 전기처럼 정부 관련 독점 영역으로 한정시키지 않는다. 사회의 공정경쟁과 성장, 시장효율성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요소를 다 '지대'로 포괄한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자신의 임무를 한마디로 "지대추구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의 서래마을처럼 중소 상인들이 애써서 독특한 상권을 일궈 놓으면 건물소유주가 렌트를 대폭 올려서 수익을 가져가 버리고, 나중엔 아예 자신들이 그곳을 차지해버리는 경우를 대표적인 '지대족' 행태로 든다.

공공 네트워크를 활용해 독점력을 강화하면서 국민들에겐 '정크 상품'을 팔아 이익을 챙긴 금융기관, 각종 정부지원과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그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는 데는 게으른 기업들도 다 지대를 추구하는 지대족들이다.

합리적 기준도 없이 부르는 게 값이 돼버린 전셋값, 영세상인들을 울리는 자릿세...개인간의 '지대추구'도 셀 수 없다. 지대가 횡행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지대족을 없애는 것, 지속가능한 성장의 첫째 과제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