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잘 사는 나라"...경제 프레임 바꾸자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14.01.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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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레임 코리아-국민이 잘사는 나라-서론]

국민 여러분 행복들 하신가요?
㈜대한민국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국가의 주주인 국민은 그 위상과 기여에 걸맞은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소셜네트워크의 중심인 트위터 15억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이전 정부 후반기인 2011년보다 '불경기'에 대한 언급이 1.4배 늘어나는 등 국민들의 불행 체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래세대의 주역인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루는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포기와 좌절이 뚜렷이 읽히는 것은 더욱 의미하는 바가 심각하다.
"국민이 잘 사는 나라"...경제 프레임 바꾸자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당선된 것은 국가와 기업 성장과정에서 소외되고 희생을 감내해온 국민들의 고통을 정확히 읽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과 정치의 표류 속에 새 정부가 탄생한 이후에도 국민들의 행복도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잘 사는 나라"...경제 프레임 바꾸자



국민행복의 1차 조건은 물적토대이다.
현실에서는 경제의 3주체인 정부 가계 기업 가운데 가계부문과 중견중소기업 부문이 뒤처지면서 우리 사회는 성장의 추진력을 잃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프레임으로 제안하는 이유이다.



한 중앙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은 가계나 중소중견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양극화나 사회통합 차원을 넘어 '빈곤' 수준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가입한 1992년 이후 생산기지가 옮겨지면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질낮은 서비스부문 일자리가 자리잡으면서 가계소득 정체와 수요기반 붕괴라는 변화가 진행돼 왔는데 이것이 20여년 지속된 끝에 이제는 국가의 성장동력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당 GDP 2만달러라는 '평균치'는 국민 6명당 1명이 '빈곤층'이라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은 건실화됐지만,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고 '낙수효과'는 실종됐다. 정부와 기업이 고용창출과 국민의 가처분소득증대 정책을 통해 더 이상 파이를 함께 키워줄 능력을 상실한 국민들의 수요기반을 확충하는게 정부와 기업으로서도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이 고용창출과 사회적 행복증대와 동일시되던 '신자유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인식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이은 월가의 '99% 시위'는 이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기존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기업수익, 산업발전, 기업 경쟁력 등이 목표가 됐지만 앞으로는 국민의 복지, 행복, 삶의 질이 목적이 되고 기업발전, 경제성장, 산업발전은 수단이 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로서도 가계소비확대 -> 수요증대 -> 매출증대의 선순환적 구조의 출발점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그간 앞서갔던 부분, 다시 말해 고환율 등을 통해 글로벌화를 이룬 리딩 대기업들, 금융 자유화와 불평등 확대 과정에서 부를 축적한 계층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2%포인트 인하조치가 겹치면서 지난해(2012회계연도) 세수가 8조원 넘게 덜 걷혔다. 정부가 하반기 허리띠를 졸라매 겨우겨우 '불용예산'으로 충당한다고 하지만 그만큼 재정이 위축되고 경기진작효과가 날아간 걸 의미한다.
새해 예산안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이 연봉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돼 이른바 '부자증세'가 첫발을 내딛었다.

물론 재정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데, 증세는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측면이 있고,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재정건전성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견해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내수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재정확대가 가져올 수요확충 효과가 오히려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표적인 시장주의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조차도 지난해 11월 보다 적극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국민이 잘 사는 나라"...경제 프레임 바꾸자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11월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정부가 내수진작과 가계소득 증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벨 마테오스 이 라고 IMF도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부국장은 “한국은 추가 재정여력이 충분해 내수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내수와 소비가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은 정부 역시 지난 연말 '국가경제정책 방향'에서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류' 정책담당자와 정치권은 이데올로기의 프레임에 갇혀 정신적 지체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행복'이 담고 있는 경제사적 의미, 실천적 지침이 구체적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새로운 산업 정책을 펼치고 싶다고 해도 기존 정책이 기득권 중심으로 돼 있는데 깰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의 프레임에 맞는 유연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해결은 정치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우리 사회 아젠다를 이끌어갈 대통령, 역사 의식을 갖춘 행정부, 행정부의 실행력을 리드할 국회를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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