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디셈버'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준수가 故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며 객석의 마음을 흔들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고(故) 김광석의 노래를 엮어 만든 이 뮤지컬은 올해 김광석의 노래를 가지고 만들었던 또 다른 창작뮤지컬 '그날들'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인기를 모으면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제작진과 출연진도 빵빵했다. 영화와 연극계에서 작품성·흥행성을 고루 갖춘 이야기꾼 장진 감독의 극·연출, 영화계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김우택 대표의 제작,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여기에 탁월한 노래실력을 갖춘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 김준수 배우. 이정도면 충분하고도 넘치는 조건이다.
곳곳에서 훅~ 치고 나오는 장진스타일의 유머는 웃음을 자아내긴 했지만 큰 공감을 얻기엔 부족했다. 꽤 많은 객석을 차지한 일본인 관객들이 자막도 없이 그 깨알재미를 이해하기란 무리였다. 김준수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한 번씩 찾아오는 감동 외에 기대했던 김광석 음악의 애잔함과 가슴 뭉클함은 이야기 속에 전혀 녹아들지 못했다. 하지만 김광석의 미발표곡 '12월'을 들을 수 있는 무대였다는 점은 의미 있다. 이 곡은 비록 80~90년대 감성과는 다른 느낌으로 마주했지만, 김준수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진 노랫말은 진정성과 함께 아련하고 찡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한국 영화인들이 삭발하고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 의무상영제)를 주장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쉬리' 이후 급성장하던 한국영화 시장은 2006년 '괴물'과 '왕의남자' 두 편이 역대 기록을 세우며 이른바 '묻지마식' 투자가 유입되고 여기에 편승한 졸속 제작 등으로 2007년 이후 3~4년간 조정기를 거쳤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다시 점유율 60%에 도달, 올해 기준 영화계 시장규모는 1조5000억 원, 총관객수는 2억 명을 돌파했다.
반면 공연시장은 6000억 원 내외(뮤지컬 3000억 원), 유료 관객수는 1200만 명으로 추정한다. 물론 국내 창작뮤지컬계에도 '명성황후' '김종욱찾기'처럼 콘텐츠로 승부하며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는 의미 있는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초연에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선방한 '광화문 연가'와 '그날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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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뮤지컬계에도 필요하다. 먼저 인프라(극장) 확충과 질 높은 콘텐츠 양산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대박 뮤지컬이 출현하게 되면서 투자·제작 확대로 이어져 산업이 성장하는 구도가 된다.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는 우리 창작뮤지컬의 현실을 여실히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도전과 투자가 계속 되는 한, 흥행배우들이 포기하지 않고 창작뮤지컬에 출연하는 한, 뮤지컬계의 '쉬리'도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故김광석의 노래를 엮어 만든 창작뮤지컬 '디셈버'는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지난 16일 개막했으나 대본과 연출, 무대 등이 허술했고 스타급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 사진은 배우 김준수가 극중 작곡을 하다가 생각하는 장면. /사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