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KR, 이노션 30% 인수 요청…정의선 숙고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3.12.0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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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재단 10%외 오너家 보유분 추가 제안…2대주주로 글로벌 경영 협력의사

현대차그룹의 광고대행사 이노션 지분 중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보유한 10%를 인수하기로 한 KKR이 오너일가의 보유분 일부를 추가로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보유한 이노션 40% 중 일부가 이번 거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2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251,000원 ▼500 -0.20%)그룹과 정몽구재단, 매각자문사인 골드만삭스 등은 KKR과 거래 지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이 같은 구조의 매매를 고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단 KKR이 정몽구재단 소유의 이노션 10%를 인수하기로 잠정됐고 추가적인 협의를 통해 정의선 부회장과 정성이 고문이 가진 지분을 좀 더 인수하는 방안을 요청해 거래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독] KKR, 이노션 30% 인수 요청…정의선 숙고


이노션 지배구조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40%, 정성이 고문이 40%, 정몽구재단이 20%를 가진 형태로 구성돼 있다. 재단의 지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솔선수범) 차원에서 사재를 무상 출연한 것이다. 정몽구재단은 공익재단이 동일 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증여세를 물어야하는 세법 때문에 수여 분을 절반씩 받아 외부 매각 형태로 현금화하기로 했고 10% 인수자로 최근 KKR을 잠정했다.



KKR은 정몽구재단의 이노션 지분 10%를 인수하면서 현대차그룹에 추가적인 지분 인수를 요청했다. 10%만으로는 전략적·재무적 공동주주 파트너가 될 수 없으니 규모를 늘려줄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현대차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은 이런 요청을 정몽구 회장에 보고했고 오너일가의 보유분 80%중 20%를 더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서 심사숙고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추가로 지분을 매각한다면 대상은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40% 중 절반인 20%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승계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차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안으로는 정의선 부회장이 10%, 정성이 고문이 10%를 내놓아 매각 지분을 30%로 맞출 수도 있다. 정성이 고문은 창립 이후 이노션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이 회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성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 현대차그룹에서는 예외적인 일이라 이번 거래에서 정성이 고문이 지분을 일부 처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노션은 2005년 5월에 설립돼 현대기아차그룹의 광고대행을 전담하면서 지난해 7105억원의 매출과 10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급성장했다. 정의선 부회장 등이 출자해 자본금 30억원(현 90억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100% 지분가치가 1조원 이상인 것으로 평가된다. KKR은 정의선 부회장이나 정성이 고문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30% 지분을 확보하고 이노션의 글로벌 경영을 돕는 2대주주가 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노션은 최근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16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판다면 이노션 지배구조는 정의선 정성이 남매 60%, KKR 30%, 정몽구재단 10%로 재편된다. 매매 후에도 여전히 현대차 오너일가 3세들이 헤게모니를 갖지만 글로벌 2대주주의 등장으로 지금보다 투명한 정도경영을 인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몽구재단은 남은 10%를 매각하지 않고 IPO(기업공개) 시점까지 일단 보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몽구재단의 10%는 1대 주주인 현대차 일가와 더해져 의결권 3분의 2를 차지하는 캐스팅보트 지분이 된다. 지금이야 문제가 없지만 차후 주주 간 갈등이 생겼을 때 KKR의 내정간섭(?)을 막을 수 있는 중요 지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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