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오페라 연출가 양정웅. 그를 보면 항상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제가 원래 오지랖이 좀 넓어요. 기본적으로 연극을 가장 좋아하지만 미술과 음악도 공부했고,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무용 작품을 쓰고 직접 출연도 했었죠. 무대는 종합예술이잖아요. 그 중에서도 오페라는 '연출의 꽃'이라고 하는데, 이번 '카르멘'을 연출하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사진제공=고양문화재단
"일단 집시잖아요. 자유와 열정, 본능을 관통하는 집시의 매력에 투우사가 있는 스페인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음악까지. '카르멘'은 그 어떤 오페라보다 연극적이고 드라마가 탄탄한 작품입니다."
오페라 '카르멘'은 19세기 당시 이태리나 독일의 오페라와 견줄만한 작품이 없었던 프랑스 오페라의 자존심을 지켜준 작품이다.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없이 공연이 오르고 오페라뿐만 아니라 뮤지컬·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기도 한다. 카르멘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무얼까.
또 '고전'이 지닌 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시대와 문화와 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것을 건드리기에 몇 백 년이 지나도 살아남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 저변에는 '보편성'이라는 것이 깔려있지요."
그는 "고전 속 이야기지만 현대인들의 생활이나 사고방식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제가 받은 감동을 관객들에게 쉽게 풀어서 전달해주는 것이 연출가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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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공연은 초연이나 창작 작품 위주로 작업을 하던 양 연출이 처음으로 잘 알려진 고전에 손을 대는 것이다. 그는 '이제야 하는구나' 싶어 설레고 기대가 크다면서도 역시 고전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고 털어놨다. "작품도 많이 봐서 익숙한데다 메시지가 분명하고 단순하지만 새롭게 보여주려니 창작의 고통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하하."
영화광이기도 한 양정웅 연출은 기회가 된다면 영화작업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고양문화재단
이번 무대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시들이 놀던 허름한 주막 대신 홍대 클럽이나 바를 연상케 하는 세트와 요즘 집시들이 실제로 이용한다는 캠핑카와 텐트도 등장한다. 투우사가 나올 때는 아이돌 스타처럼 레드카펫을 밟거나 기자회견 장면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자주 캠핑을 즐기는 양 연출의 일상이 무대에 한 조각 펼쳐지는 것이기도 하다.
"워낙 유명하고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보니 나만의 장면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카르멘을 선보여야겠죠. 무엇보다도 카르멘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와 감성으로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오페라 '카르멘'=11월28일~12월1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티켓은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B석 2만원. 문의 1577-7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