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재임 61년 동안 초대를 받은 국가는 전세계 257개국 중 59개국에 불과하다. 외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영국 정부와 상의해 결정하는데, 그 중에서도 25개국 만이 프랑스(6회) 독일 등(4회) 미국 중국 일본 등만이 2회 이상 국빈방문 초청을 받았다. 영국이 해당 국가와의 관계를 그 만큼 중요히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 왕실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최고의 의전을 제공했다.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왕실의 위엄과 화려함이 그대로 묻어난 격조 높은 행사였다. 박 대통령은 오전 12시쯤 여왕 주최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숙소호텔을 나섰다. 여왕은 박 대통령을 위해 '영예 수행 왕실 의전관'으로 차남인 앤르루 왕자(요크 공작)를 보냈다.
왕실의 오랜 전통에 따라 행한 환영식은 최대의 의전 하이라이트였다. 환영식에는 여왕 내외 뿐 아니라 캐머런 총리와 주요 각료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호즈 가즈에 도착해 여왕 내외의 영접을 받으며 중앙단상으로 이동할 때 애국가가 울려퍼졌고, 행사장 양쪽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통상적인 정상 방문 때는 21발만 발사된다. 이날 행사에는 의장대와 군악대, 기마대가 각각 100여명 넘게 동원돼 장관을 이뤘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의장대장의 사열준비를 보고받은 뒤 100명 규모의 의장대를 사열했고, 여왕의 부군 에딘버러 공이 한발 뒤에서 수행했다. 사열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와 함께 백마 6마미라기 이끄는 황금빛의 왕실 전용 마차를 나눠 타고 60여명의 근위기병대 호위를 받으며 1.6㎞ 떨어진 버킹엄궁으로 출발했다. 1800년대 호주가 여왕에게 선물해 '오스트렐리안 스테이츠 코치(Australian States Coach)'라 이름 붙여진 이 마차는 국빈 행사에 이용되고 있다.
보통 국빈으로 초청된 외국 정상은 여왕과 함께 마차에 오르고 영부인은 에딘버러 공과 다른 마차에 타지만, 이날은 박 대통령이 미혼인 점을 배려해 함께 탔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우리 측 공식수행원들은 나비넥타이와 턱시도 또는 연미복 차림으로 5대의 다른 마차에 나눠 타고 박 대통령 뒤를 따랐다. 환영식 진행 중에는 런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주변에 모여 환영 행사를 호기심있게 지켜봤다.
마차 행렬은 10여분에 걸쳐 더 몰과 퀸스 가든스, 버킹검궁 중앙문을 통과해 여왕 주최 오찬행사가 있을 대현관에 도착했다. 마차가 들어오자 군악대가 애국가와 영국 국가를 연주했다. 마차에서는 에딘버러 공, 박 대통령, 여왕 순으로 내렸다. 여왕의 안내로 궁으로 들어간 박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에드워드 왕자 내외 등의 영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