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英 왕실 최고 의전…황금마차 타고 버킹엄궁 입성

머니투데이 런던(영국)=김익태 기자 2013.11.0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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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의 화려한 영접을 받았다. 전통과 격식을 중시하는 영국은 국빈방문 횟수를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한차례씩 엄격히 제안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재임 61년 동안 초대를 받은 국가는 전세계 257개국 중 59개국에 불과하다. 외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영국 정부와 상의해 결정하는데, 그 중에서도 25개국 만이 프랑스(6회) 독일 등(4회) 미국 중국 일본 등만이 2회 이상 국빈방문 초청을 받았다. 영국이 해당 국가와의 관계를 그 만큼 중요히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의 방문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한 국가 수반을 10년도 안 돼 두 차례 초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영국의 캐머런 내각은 2010년 출범 후 한국을 '주목해야 할 신흥국가'로 중 하나로 꼽고 공을 들여왔다. 박 대통령이 동북아 최초의 여성지도자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왕실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올해 초 스콧 와이트먼 주한대사를 통해 조기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영국 왕실은 이날 박 대통령에게 최고의 의전을 제공했다.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왕실의 위엄과 화려함이 그대로 묻어난 격조 높은 행사였다. 박 대통령은 오전 12시쯤 여왕 주최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숙소호텔을 나섰다. 여왕은 박 대통령을 위해 '영예 수행 왕실 의전관'으로 차남인 앤르루 왕자(요크 공작)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앤드루 왕자와 승용차에 동승한 뒤 버킹엄궁에서 1㎞ 떨어진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이동했다. 여왕의 기마 위병 사령부로 말을 탄 근위대 교대식이 열리는 곳이다. 왕실이 초청한 모든 국빈은 이곳에서 공식환영 행사를 마친뒤 버킹엄 궁으로 이동한다.

왕실의 오랜 전통에 따라 행한 환영식은 최대의 의전 하이라이트였다. 환영식에는 여왕 내외 뿐 아니라 캐머런 총리와 주요 각료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호즈 가즈에 도착해 여왕 내외의 영접을 받으며 중앙단상으로 이동할 때 애국가가 울려퍼졌고, 행사장 양쪽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통상적인 정상 방문 때는 21발만 발사된다. 이날 행사에는 의장대와 군악대, 기마대가 각각 100여명 넘게 동원돼 장관을 이뤘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의장대장의 사열준비를 보고받은 뒤 100명 규모의 의장대를 사열했고, 여왕의 부군 에딘버러 공이 한발 뒤에서 수행했다. 사열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와 함께 백마 6마미라기 이끄는 황금빛의 왕실 전용 마차를 나눠 타고 60여명의 근위기병대 호위를 받으며 1.6㎞ 떨어진 버킹엄궁으로 출발했다. 1800년대 호주가 여왕에게 선물해 '오스트렐리안 스테이츠 코치(Australian States Coach)'라 이름 붙여진 이 마차는 국빈 행사에 이용되고 있다.
보통 국빈으로 초청된 외국 정상은 여왕과 함께 마차에 오르고 영부인은 에딘버러 공과 다른 마차에 타지만, 이날은 박 대통령이 미혼인 점을 배려해 함께 탔다.


우리 측 공식수행원들은 나비넥타이와 턱시도 또는 연미복 차림으로 5대의 다른 마차에 나눠 타고 박 대통령 뒤를 따랐다. 환영식 진행 중에는 런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주변에 모여 환영 행사를 호기심있게 지켜봤다.

마차 행렬은 10여분에 걸쳐 더 몰과 퀸스 가든스, 버킹검궁 중앙문을 통과해 여왕 주최 오찬행사가 있을 대현관에 도착했다. 마차가 들어오자 군악대가 애국가와 영국 국가를 연주했다. 마차에서는 에딘버러 공, 박 대통령, 여왕 순으로 내렸다. 여왕의 안내로 궁으로 들어간 박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에드워드 왕자 내외 등의 영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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