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 빨리 어는 '음펨바 현상' 비밀 풀렸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3.11.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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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어는 '음펨바 현상'의 비밀이 50년만에 풀렸다. /사진=뉴스1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어는 '음펨바 현상'의 비밀이 50년만에 풀렸다. /사진=뉴스1


같은 냉각 조건에서 뜨거운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얼음이 되는 '음펨바 현상'(Mpemba Effect)의 비밀이 50년만에 풀렸다.

3일 타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싱가폴 남양이공대학 쑨장칭, 시장 교수 연구팀은 음펨바 현상의 원인을 수소결합과 공유결합의 상관관계에서 찾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각각의 물 분자(H2O)들은 포함된 산소와 수소 원자 사이에서 수소결합이 발생한다. 남양이공대 연구팀은 이 수소결합이 문 분자의 에너지 축적과 방출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물 분자 사이 수소결합으로 인해 하나의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수소 원자, 산소 원자의 공유결합은 분자들을 가까이 붙일 때 길어지며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물을 끓이면 물 분자 사이 간격이 벌려지면서 수소결합 역시 길어진다.



이렇게 끓인 물을 냉각할 때는 공유결합 길이가 다시 줄어들면서 축적했던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뜨거운 물은 축적된 에너지 양이 많아 냉각시 더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각각의 물 초기 온도를 다르게 한 뒤 냉각시 에너지 방출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음펨바 효과를 입증했다. 쑨장칭 교수는 "물이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과 그 (에너지방출)비율은 본질적으로 각각의 물이 지닌 초기 에너지 상태(온도에 따른 분자 간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음펨바 현상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직원인 탄자니아인 에라스토 음펨바가 중학교 3학년이던 1963년 발견한 현상이다. 음펨바는 아이스크림 조리 수업 중 제대로 식히지 않은 우유·설탕 혼합물을 냉장고에 넣은 뒤 식히고 얼린 친구들의 혼합물보다 빨리 어는 것을 발견했다.


1년 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음펨바는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 박사의 특강 때 "같은 부피의 물을 냉동실에 넣었을 때 100도의 물이 35도의 물보다 빨리 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학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으나 오스본 박사의 실험 결과 음펨바의 말이 사실로 밝혀졌다.

이후 오스본 박사는 음펨바와 함께 1969년 연구결과를 정리해 출판했다.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원인을 밝혀내려 했으나 검증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영국왕립화학회는 음펨바 현상의 기작을 밝혀내는 이에게 1000파운드(약 180만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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