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대신 쌀로 사랑 나누는 제2의 김만덕

머니투데이 류지민 기자 2013.10.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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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부자]<3-2>제34회 김만덕상 수상···여성기업인·자선사업 등 '닮은꼴'

제34회 김만덕상 수상자로 선정된 송경애 BT&I 대표의 모습/사진제공=BT&I제34회 김만덕상 수상자로 선정된 송경애 BT&I 대표의 모습/사진제공=BT&I


송경애 BT&I 대표는 지난 2일 제34회 김만덕상을 수상했다. 의녀반수 김만덕의 나눔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김만덕상에 제주도민이 아닌 인물이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나눔 활동이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다.

김만덕은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CEO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12살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기생이 됐다. 기생이라는 신분 탓에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재리에 밝았던 재주를 살려 막대한 부를 일궜다.



계속되는 재해로 제주도민들이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자 김만덕은 유통업으로 모든 전 재산을 털어 쌀 500섬을 사들였다. 그리고 이를 굶주리는 제주도민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었다. 나랏님도 못 구한다는 가난을 여성의 몸으로 해결한 셈이다.

이 공로가 임금에게까지 알려지면서 여성은 육지에 갈 수 없다는 금제(禁制)를 뚫고 뭍으로 나와 당시 보통 여성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강산 구경을 했다.



송 대표는 지금까지도 기부와 관련된 많은 상을 받았지만 김만덕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히 성공한 여성기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갔던 김만덕의 삶에서 자신의 롤모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을 받게 되면서 김만덕 할머니에 대해 찾아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시대적인 편견과 차별을 뛰어넘어 혼자 힘으로 이룬 성취를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가슴에 남았죠"

성공한 여성기업인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쌀로 나눔을 실천한다는 점에서도 송 대표와 김만덕은 닮은꼴이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결혼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화환 대신 쌀을 보내는 '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잠깐 쓰고 버려지는 생색내기용 화환보다는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도 있는 쌀을 활용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매년 연말이나 기념일마다 쌀 나눔을 잊지 않는다. 지난 28일에는 이번 김만덕상 수상 기념으로 제주 사회복지시설에 쌀 450포를 기부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쌀을 가지고 더 많은 나눔을 할 생각이에요. 김만덕 할머니도 쌀로 이웃을 도우신 분이니 저와 쌀과 연결된 인연이 있는 셈인가요. 밥은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음식이잖아요. 저도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지만 하루에 한 끼라도 밥을 먹지 않으면 속이 허전할 정도로 밥을 좋아해요."

밥 사랑이 쌀 나눔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웃는 그녀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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