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동반강세에서 주식 강세로 디커플링

머니투데이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 2013.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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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


미국 정부 폐쇄 이전부터 한국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었다. 8월 23일부터 지난주까지 외국인들은 36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누적 순매수 금액은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채권시장도 지난주 내내 강세를 이어갔다. 채권·주식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묘한 커플링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미국채 금리에 디폴트 우려가 없고, 테이퍼링(Tapering) 지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 생각한다.



미국채의 경우 원리금 지급이 연기될 수 있는 연내 만기물의 경우 디폴트 위험을 반영해 금리가 상승했지만 미국채 10년물은 디폴트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설령 부채한도 협상에 완전히 실패한다 하더라도 미국 정부는 세금으로 원리금 지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채한도가 더 늘어나지 못한 것일 뿐 기존 한도를 활용한 차환발행은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캐나다 국채 대비 스프레드에도 전혀 이상신호가 없었기에 미국 부채한도 문제는 중장기 미국채 금리에 신용위험을 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테이퍼링 지연에 대한 기대감도 채권, 주식의 동반상승에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 부채한도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당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6bp 정도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협상의 내용이 결국 내년 2월 7일까지의 한시적인 부채한도 증액일 뿐이라는 점과 2주 동안의 정부폐쇄로 인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이로 인해 연내 테이퍼링 시행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7만건으로 지난주 대비 6만여건이 증가했다는 점 역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테이퍼링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2011년 이후 채권과 주식의 동반강세는 공통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2011년 9월 말부터 약 한 달 동안 이어졌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는 2011년 9월 21일 열린 FOMC에서 Operation Twist를 발표했다. 그리고 시장의 기대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으며 버냉키 의장 역시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동시에 강세로 이끌었다.

두 번째 2012년 8월부터 나타난 동반 강세의 원인은 9월 13일 FOMC에서 발표된 QE3였다. 8월부터 금융시장은 Fed의 추가적인 완화 정책을 기대하고 있었고,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 QE3가 실제로 발표되는 날까지 동반 강세를 이어갔다.

세 번째로 2012년 연말 잠시 채권, 주식 동반 강세가 나타난 적이 있는데 이때도 12월 12일 FOMC에서 기존 시행하고 있었던 QE3가 모기지 채권만 월 400억달러를 매입하던 것 외에 미국채 450억달러를 추가한다고 발표한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결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동시에 강세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2011년 이후 동반 강세가 나타났던 시기는 길어야 한 달 반 정도였고 2012년 8월부터 나타났던 동반 강세는 채권시장의 강세 폭이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2012년 7월 깜짝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 채권시장에서 큰 폭의 금리 하락이 있었고,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던 시기였다.

2012년 12월도 연말 국채발행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때마침 국고3년 신규 지표물이 발행되면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국고3년의 금리가 홀로 하락하던 시기다.

원칙적으로 채권과 주식이 동반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며 조만간 디커플링될 것이라 판단한다. 조심스럽지만 이번 국면에서의 디커플링은 '채권 약세, 주식 강세'로 전망한다. 그 이유는 부동산 경기 개선으로 인한 가계소비의 증가가 경기개선을 주도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서울 아파트 월세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 높아져 추가하락은 어렵다고 판단한다. 2000년 이후 가계 명목소득은 2배 증가했으므로 물가를 감안한 아파트 실질 가격도 2003~2006년, 1994~1995년 수준으로서 외환위기 등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추가하락을 예상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2011년 이후 4번째 발생하는 주식과 채권의 커플링에서 지난 3번은 채권의 강세로 디커플링됐지만 이번은 부동산경기 개선, 소비개선, 경제회복, 미국 테이퍼링 지연, 미국 경기개선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등의 이유로 주식 강세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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