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서 경기로 바뀌어가는 시장

머니투데이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10.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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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한 고비를 넘긴 이후 주식시장은 오히려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잠시 주춤한 모습이다. 외국인의 주식 사 모으기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타결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없는 모습이지만 KOSPI지수 2100선을 힘차게 넘어서기는 역부족인 듯하다.

부채한도 협상의 결과가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내년 초로 시한을 연장한 것에 불과한 미봉책이라는 차원에서 반응이 미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시장의 핵심 관심사가 정책에서 경기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의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 5월 22일 이후 미국 발 정책변수에 민감한 반응을 이어온 바 있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위원회 의장이 출구전략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위기 이후의 기조적인 확장정책이 종료될 것이라는 부담 속에 정책의 구체적인 수단과 집행시기 등에 따른 부침을 반복해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월 FOMC회의, 버냉키 의장 후임으로 옐런 부의장 임명, 그리고 미국 의회 내 상원과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의회와 행정부간의 대립이 길게 이어졌던 부채한도 관련 협상이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은 상당 폭 해소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적어도 연내에는 연준의 자산매입규모 축소나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등 비정상적인 정책에 따른 혼란은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혼란스러운 정책변수가 제거된 이후 마주하게 된 펀더멘털, 글로벌 경기회복 시나리오가 앞서간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소강상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글로벌 경기회복 시나리오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이어왔던 미국 경제가 가장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선진국 시장의 경기회복이 신흥시장의 그것을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현재 OECD 경기 선행지수 기준으로 가장 앞선 경기회복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지역은 미국이다. 일본과 유럽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경기 회복 속도가 뒤쳐지는 양상이다.


금융위기 직후 신흥국 중심의 경기회복이 뚜렷했던 지난 2010년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이는 금융시장의 반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브릭스가 주도했던 주가 상승과는 달리 이번 사이클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이 상승을 이끌고 있다.

향후 경기 회복과정이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된다면 시장의 반응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미국 고용시장이 당초 예상에 비해 더디게 개선되고 있으며, 출구전략 논란 이후 금리 압력을 받은 미국 주택시장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점은 미국 주도의 회복에 다소 제동이 걸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최근 유럽의 모습은 긍정적이다. 재정위기 이후 가장 위축된 모습을 보인 올 상반기까지와는 달리 최근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회복에 대한 신뢰가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위기 국가들을 포함한 유로존 대부분의 국가가 PMI 등 지표 개선, 실업률 안정, 성장률 반등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경기 회복은 유럽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중국의 경기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에 이은 유럽의 호조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더욱 뚜렷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 역시 글로벌 경기회복에 민감한 한국의 경제와 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라 판단된다. 정책에서 경기로 바뀌어가는 시장의 핵심의제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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