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부처 국감도 서울서 "5억짜리 회의장 놔두고"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3.10.22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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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 위의 공무원들-세종/서울 '기형 행정' 이대론 안된다①-3]

5억원을 들여 만든 세종청사 국회상임위 회의장 모습. 국회 상임위회의장과 동일한 구조로 설치됐으며, 의사중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회의 상황을 인터넷과 국회방송으로 중계도 가능하다.5억원을 들여 만든 세종청사 국회상임위 회의장 모습. 국회 상임위회의장과 동일한 구조로 설치됐으며, 의사중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회의 상황을 인터넷과 국회방송으로 중계도 가능하다.


안전행정부는 이달 초 국회 요구에 5억원 예산을 투입해 정부세종청사 내 국회 상임위 회의장을 지었다. 세종청사 원년을 맞아 세종에서 열릴 국정감사에 대한 공무원들과 지역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정작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감은 20일 기간 중 3일에 불과했다. 상임위 회의장에서 열린 국감은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과 해양수산부 등 두 번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은 아예 국회에서 진행하는가 하면 기재부 국감은 하루는 세종, 하루는 국회에서 하는 기형적인 행태가 연출됐다.

'거리'를 이유로 한 국회의 이런 입장은 해외 국감을 대하는 태도와는 대조적이다.이번 국감에서 정무위는 영국, 독일, 중국 등 한국 금융기관의 해외지점을 방문하기로 의결까지 마쳤다. 기간도 21일부터 1주일이나 잡아놓았지만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당국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슬그머니 일정을 취소했다.



세종에서 열린 국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했다.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은 국토부 국감 첫날(14일) 오후 11시를 넘길 정도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날은 '귀경'에 집중해 오후 7시30분이 채 되지 않아 종료했다. 해수부는 단 하루뿐이었지만 역시 7시를 전후해 서둘러 끝냈다.

같은 정무위 국감이었지만 세종과 서울은 너무 달랐다. 15일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 국감은 서울행 KTX 시간표에 맞춰 8시가 되기 전 일정을 마친 반면 국회에선 식사시간을 넉넉히 늘려가며 오후 11시께 끝났다.

국회는 세종청사 주변 편의시설 부족을 이유로 위원회별 일정을 하루씩 더 늘리기도 했다. 피감기관에서 국감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세종청사는 그렇지 못하다.
'슈퍼 갑' 국회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옆집 사람 부르듯 틈나는 대로 서울로 불러올린다. 정부 업무 비효율은 별 관심이 없다는 식이다.
국감 기간 뿐 아니라 1년 내내 공무원들은 국회를 상대하기 위해 서울과 세종 청사를 오가야 한다.


국회도 서울과 세종의 거리감만큼이나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한다.
올해 말 2단계 부처 이동 이후에는 '국회발 비효율'은 더 확대·심화될 수 밖에 없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국감을 시작으로 세종과의 지리적·심리적 간극을 좁히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부딪히고 보니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며 "효율만 보면 국회가 세종으로 내려가는 게 맞지만 여야 모두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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