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책후퇴 이슈의 이면

머니투데이 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 2013.10.0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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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


쉽게 보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95년 이래 처음으로 미국 연방정부 기능의 일시중단이라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17번이나 있었던 일이고, 과거에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충격이 단기적이거나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부채한도의 상향이라는 더 합의되기 어려운 문제가 뒤에 버티고 있다. 정부 기능을 살리기 위해 상하 양원이 합의에 도달해도 부채한도를 더 늘려주는 합의까지는 쉽지 않아 보여서다.



정부는 기능이 유지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정부가 재정 적자상태에 있으면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국채발행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쉬워 보이는 문제가 쉽게 합의되지 못하는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국의 주택경기 거품이 무너지면서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있었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를 풀어내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이런 효과로 세계경제는 2009년부터 빠른 회복세로 전환됐다.



그런데 2010년 들어 그리스에서 시작해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이후 유럽국가뿐만 아니라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 보다는 재정건전화 달성이 더 중요한 과제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미국의 행보는 달랐다. 늘려놓은 재정지출(주로 감세와 보조금 확대)을 줄이기보다는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경제위기를 초래했던 부동산 경기가 안정되지 못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다가오는 재정긴축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채매입을 더 늘리는 양적완화 조치 확대에 나서기까지 했다.

올해 들어 화두는 이런 정책들을 조금씩 원래로 돌리는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가고, 재정 건전화를 위해 세율을 올리는 것, 그리고 정부지출 축소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들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금융시장에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의 후퇴가 없었던 2010년 이후 미국에 대한 평가는 미국만이 견조하다는 것이었다. 세계성장의 중심은 미국이고,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가들의 성장의 시대도 끝났다는 평가를 서슴지 않는 주장이 흔히 제기됐다. 이런 강한 미국경제는 든든한 정책적 지원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뒤를 지켜줬던 이런 정책의 후퇴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있다. 더욱이 통화정책 후퇴에 있어 시점을 정하는데 머뭇거리고 있으며(9월 예상과 달리 연준은 정책후퇴 시점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 정부 적자를 줄이는 방법론에 있어서도 합의하지 못하고 정부 기능이 중단되는 상황에 몰려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단 한 번도 예산안이 시일 내에 통과된 적이 없어 임시예산을 가지고 운영되곤 했다. 그럼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해결될 문제라고 시장은 인식하고 있다.

이제 미국 재정을 둘러싼 분쟁이 해결되는 그 결과가 무엇일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안으로 합의돼도 미국의 재정지출 축소, 혹은 증세 둘 중 하나의 선택이다. 미국이 부채한도를 더 승인받아도 그에 대한 대가로 더 큰 폭의 재정적자 감축을 약속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후퇴는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가장 든든해 보이도록 지지했던 정책의 후퇴는 이미 예고된 결과다. 미국과 대조적으로 유럽을 포함해 많은 신흥국가들은 향후 2015년까지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유지하고 경기부양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제 정책후퇴를 앞둔 미국(US)보다 미국 이외국가(Non-US)가 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앞선 판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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