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틀렸을때…"변명 알려드릴게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9.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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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3>애널리스트는 예측과 변명할 때 겸손하지 않다

편집자주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그림=강기영 디자이너


필립 테트락(Philip Tetlock) 펜실베니아 주립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 심리학 교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결과 등을 예측하는 정치 분야의 전문가들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연구결과를 2005년 발표했다.

그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예측이 틀린 뒤 어떤 변명을 하는지도 조사했는데, 소위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자신의 예측력에 대해 자신감을 잃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문가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린 뒤 여러가지 변명을 늘어 놓았는데, 테트락 교수는 이를 크게 다섯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 유형은 '만약 OO라면(If only)'이다. 예를 들면, “만약 연방준비은행(Federeal Reserve)이 금리를 올렸더라면, 내 예측이 맞았을 것이다”라는 식의 변명이다.

둘째 유형은 '모든 조건이 유지됐더라면(ceteris paribus)'이다. 예를 들면,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내 예측이 빗나갔다. 따라서 내 잘못은 아니다”라는 변명과 같다.



셋째 유형은 '거의 맞았다(I was almost right)'이다. 즉, “내 예측이 궁극적으로 틀리긴 했지만, 거의 들어 맞았다”라고 변명하는 것이다.

넷째 유형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을 뿐(It just hasn’t happened yet)'이다. 다시말하면, “내 예측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을 뿐,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변명이다.

다섯째 유형은 '하나의 예측일 뿐(Single prediction)'이다. 이는 “틀린 예측 하나로 내 예측 능력을 평가하지 말라”고 오히려 반박하는 유형이다.


세상에는 선거 결과 등을 예측하는 정치 분야의 전문가 외에 미래를 예측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미래 주가를 예측하는 주식 애널리스트나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일기예보관이 한 예이다. 그렇다면 주식 애널리스트와 일기예보관 가운데 누가 더 자신의 예측에 대해 자신감을 갖을까? 또 이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티스카(Tyska)와 지론카(Zielonka)라는 두명의 심리학자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애널리스트와 일기예보관을 비교하는 재밌는 연구를 했다. 우선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예측력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을 보였고, 일기예보관은 상대적으로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린 뒤 내놓은 변명도 크게 달랐다. 일기예보관은 우선 자신의 오류를 솔직히 인정하고 대체로 개인적인 미숙함(personal inexperience)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자신들은 원천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는 일기예보관과는 사뭇 대조적인 변명을 쏟아 냈는데, 주로 "이 틀린 예측 하나로 나의 다른 분석을 무시하지 말라"거나 "주가 예측 모델 밖의 외부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지 내 예측 모델은 틀리지 않았다"였다. 이는 테트락 교수가 분류한 다섯가지 변명의 유형 가운데 '하나의 예측일 뿐(Single prediction)''모든 조건이 유지됐더라면(ceteris paribus)'에 각각 속하는 변명들이다.

그렇다면 왜 주식 애널리스트는 일기예보관처럼 자신의 예측력에 대해 겸손하지 못한 걸까?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의사들의 환자 대응 방식에 비유해 설명한다. 의사들도 환자의 상태를 진단해서 처방을 내리는데 이때 환자들은 의사들이 자신감을 보이는 걸 원한다. 만약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거나 처방할 때 자신없어 하면, 환자들은 의사의 겸손함을 생각하기 보다는 무능력하다고 판단하고 다시는 그 의사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식 투자자들은 비록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틀릴지라도 애널리스트가 자신있게 예측하고 또 틀렸을 때 변명도 당당하게(?) 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는 애널리스트의 능력을 의심하고 두번 다시 그 애널리스트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애널리스트가 예측할 때 보이는 과신(overconfidence)이라는 괴물은 결국 우리 투자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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