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강기영 디자이너
그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예측이 틀린 뒤 어떤 변명을 하는지도 조사했는데, 소위 전문가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자신의 예측력에 대해 자신감을 잃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문가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린 뒤 여러가지 변명을 늘어 놓았는데, 테트락 교수는 이를 크게 다섯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둘째 유형은 '모든 조건이 유지됐더라면(ceteris paribus)'이다. 예를 들면,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에, 내 예측이 빗나갔다. 따라서 내 잘못은 아니다”라는 변명과 같다.
넷째 유형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을 뿐(It just hasn’t happened yet)'이다. 다시말하면, “내 예측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을 뿐,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변명이다.
다섯째 유형은 '하나의 예측일 뿐(Single prediction)'이다. 이는 “틀린 예측 하나로 내 예측 능력을 평가하지 말라”고 오히려 반박하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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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선거 결과 등을 예측하는 정치 분야의 전문가 외에 미래를 예측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미래 주가를 예측하는 주식 애널리스트나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일기예보관이 한 예이다. 그렇다면 주식 애널리스트와 일기예보관 가운데 누가 더 자신의 예측에 대해 자신감을 갖을까? 또 이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티스카(Tyska)와 지론카(Zielonka)라는 두명의 심리학자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애널리스트와 일기예보관을 비교하는 재밌는 연구를 했다. 우선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예측력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을 보였고, 일기예보관은 상대적으로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린 뒤 내놓은 변명도 크게 달랐다. 일기예보관은 우선 자신의 오류를 솔직히 인정하고 대체로 개인적인 미숙함(personal inexperience)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자신들은 원천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는 일기예보관과는 사뭇 대조적인 변명을 쏟아 냈는데, 주로 "이 틀린 예측 하나로 나의 다른 분석을 무시하지 말라"거나 "주가 예측 모델 밖의 외부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지 내 예측 모델은 틀리지 않았다"였다. 이는 테트락 교수가 분류한 다섯가지 변명의 유형 가운데 '하나의 예측일 뿐(Single prediction)'과 '모든 조건이 유지됐더라면(ceteris paribus)'에 각각 속하는 변명들이다.
그렇다면 왜 주식 애널리스트는 일기예보관처럼 자신의 예측력에 대해 겸손하지 못한 걸까?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의사들의 환자 대응 방식에 비유해 설명한다. 의사들도 환자의 상태를 진단해서 처방을 내리는데 이때 환자들은 의사들이 자신감을 보이는 걸 원한다. 만약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거나 처방할 때 자신없어 하면, 환자들은 의사의 겸손함을 생각하기 보다는 무능력하다고 판단하고 다시는 그 의사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식 투자자들은 비록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틀릴지라도 애널리스트가 자신있게 예측하고 또 틀렸을 때 변명도 당당하게(?) 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는 애널리스트의 능력을 의심하고 두번 다시 그 애널리스트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애널리스트가 예측할 때 보이는 과신(overconfidence)이라는 괴물은 결국 우리 투자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