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운명의 사흘' 생사 달렸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박종진 기자 2013.09.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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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vs부도' 갈림길, 26일 회사채 발행 분수령...자산유동화 성사에 총력

'극적회생이냐, 법정관리냐'.

동양 (914원 0.00%)그룹이 생사의 기로에서 '운명의 사흘'을 맞았다. 오는 26일 진행되는 (주)동양의 회사채 발행 성사 여부가 첫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빚 상환을 위해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담보를 제공해 줄 우호 투자자도 서둘러 찾아야 한다. 금융권에선 동양이 이 달 안에 자체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 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은 26일 65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금리는 발행 후 10개월까지 7.6%, 이후는 8.3%로 결정됐다.

동양그룹 '운명의 사흘' 생사 달렸다


동양은 당장 오는 30일 905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막아야 한다. 이 중 약 600억 원은 지난 달 회사채를 발행해 마련해 놓은 상태다. 나머지 자금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의 일부(289억 원)가 활용된다. 351억 원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쓰인다.



금융권에선 이번 회사채 발행 성공 여부가 동양의 운명을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면 급한 불을 끄고 유동성을 확보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고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상황은 동양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회사채 발행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오리온그룹의 신용보강 거부는 큰 악재가 됐다.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위험)가 커진 셈이어서다. 이런 이유로 동양은 회사채 발행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의 경우 혹여 만기 때 갚지 못 해도 연체로 잡힐 뿐 당장 회사가 부도나는 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상환하지 못 하면 곧바로 부도가 나는 기업어음(CP)이다. 동양그룹의 6개 계열사가 이 달에 갚았거나 상환해야 하는 CP는 1234억 원에 이른다.


지금도 하루하루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100억 원 이상의 CP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연내 갚아야 할 CP는 1조1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동양 관계자는 "만기가 된 CP는 일단 자체 자금으로 최대한 막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그룹은 동양파워와 동양시멘트 (3,060원 ▲85 +2.86%), 동양증권 (2,805원 0.00%) 등 핵심 자산을 활용한 유동화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ABS 등의 발행을 위해 신용보강이 가능한 우호적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도 동양의 자체 회생노력 외엔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은 시장성 차입금이 많아 주채무계열이 아니고 주채권은행도 아예 없다"며 "당국이 나서서 채권단 간의 이해관계를 중재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동양증권과 자산운용, 동양생명 등 금융계열사에 맡긴 소비자들의 재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려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일단 주력하고 있다. 이미 동양그룹 부도(법정관리)에 대비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준비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에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거나 ABS 발행 계획이 물 건너 갈 경우 법정관리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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